'5극 3특'으로 지역균형발전 가능한가… "행정통합만으론 소멸 못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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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극 3특 지역균형발전 담보할수 있나 토론회 (사진제공=지역순환경제전국네트워크)

지역소멸 위기와 지역 불균형 발전 문제의 해법을 모색해 온 지역순환경제전국네트워크가 정부의 '5극 3특' 구상이 지역균형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공개 토론의 장을 열었다.

지역순환경제전국네트워크(2021년 10월 창립)는 4일 오후 6시 30분 부산 부산진구 밭개마을센터에서 ‘5극 3특, 지역균형발전 담보할 수 있나?’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이동환 부산사회적경제포럼 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발제를 맡은 양준호 지역순환경제전국네트워크 공동대표(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역이 소멸되고 피폐화되는 근본 원인을 해소하지 않은 채 행정통합만 추진하는 것은 초광역권이라는 몸집만 키운 ‘종이호랑이’를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지역소멸과 불균형 발전의 근본 원인으로 "지역 내 대기업과 대형 시중은행의 자금, 그리고 공공 앵커기관들의 조달과 수익이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지역 안에서 돈이 순환되지 않는 구조"를 꼽았다. 그는 이를 '구멍 난 양동이'에 비유하며 "비수도권 지역이 소멸 위기에 빠진 이유는 양동이에 난 구멍을 납땜질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5극 3특으로 불리는 경제권·교통망·행재정 통합에 앞서, 지역경제의 순환을 담보하는 구조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을 사례로 든 양 교수는 "부산이 쇠퇴한 이유는 규모가 작아서가 아니라, 중앙집권적 행정·재정 구조 속에서 독자적인 발전 전략을 설계할 권한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지방세수는 국세로 흡수되고, 도시계획과 산업 육성은 중앙정부 공모사업과 보조금에 의존하면서 “부산에 정말 필요한 사업보다 중앙정부의 입맛에 맞는 사업을 따오는 데 행정력이 소모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역경제의 ‘구멍’이 어디에 있는지 진단하기보다, 구멍 난 양동이에 펌프로 물을 퍼붓는 방식이 반복돼 왔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성균 공간사회학자(박사)는 한국의 지역 문제를 불균형 성장 정책의 결과로 설명했다. 김 박사는 "산업과 자본, 일자리를 일부 성장 거점에 집중시키는 방식은 지역 발전이 아니라 수도권으로 사람과 자본을 빨아들이는 결과를 낳았다"며 "정부의 5극 3특 정책 역시 같은 흐름을 되풀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성장 중심 정책에서 벗어난 대안으로 로컬 순환경제 시스템 구축을 제시했다.

곽동혁 전 부산시의원은 일본의 헤이세이 대합병 실패 사례를 언급하며 광역화 정책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그는 "5극 3특은 광역자치단체 간 통합으로 성격은 다르지만, 중앙정부 주도의 하향식 추진과 재정 인센티브 유도, 속도전이라는 방법론은 일본 사례와 유사하다"며 "효율성을 앞세운 행정통합은 주변부 쇠퇴가 중심부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김용재 광주 지역순환경제연구소 소장은 현재 발의된 행정통합특별법을 문제 삼았다. 그는 "특별법에는 지역 공동체의 자산을 구축하고 지역자산을 내재화하기 위한 선순환 시스템 관련 조항이 빠져 있다"며 "5극 3특과 무관하게 모든 지방정부가 스스로의 운명을 설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방분권 시대가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헌 지역순환경제전국네트워크 사무처장은 광역통합이 균형발전 대책이 되기 위해서는 "기업 이전의 숫자나 규모가 아니라, 이전한 경제 주체의 수익이 지역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순환되도록 하는 제도적 구조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순 지사 이전이 아니라 본사 이전, 계열사 독립 법인화, 협력업체 동반 이전 등을 통해 지역 내 의사결정권과 자금 흐름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기헌 화폐민주주의연대 운영위원도 “현재의 5극 3특 구상은 광역 교통망 등 하드웨어 구축에 치우쳐 있다”며 “지역경제를 실질적으로 살려낼 수 있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고민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행정구역 통합이나 광역화 자체보다, 지역 내부에서 자금과 의사결정이 순환되는 구조를 먼저 만들지 않으면 지역소멸과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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