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세운 4구역 개발 중단, 2026년 지방자치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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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묘 인근 세운 4구역 개발을 놓고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의 기 싸움이 해를 넘겨 이어지고 있다. 기 싸움이라고 표현했지만 유리한 고지를 점한 국가유산청의 공세에 서울시가 수세에 몰려있다.

사법부는 이미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역사 문화환경 보존지역 밖에서 개발 규제를 완화한 조례 개정이 유효하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놨다. 정부는 사법부의 판단에도 개발 불가 태도를 고수 중이다. 국가유산청은 최근 "세운 4구역 재정비사업이 과거 합의됐던 기준을 일방적으로 파기해 종묘 보존에 악영향을 준다"며 사업 전면 재검토까지 언급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입씨름을 벌이는 동안 세운 4구역 주민들은 생존권까지 언급하며 빠른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세운 4구역은 2004년 이후 재개발을 추진했지만, 구역 맞은편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가 있어 역사 경관 보존 등의 이유로 개발이 부진했다. 이후 시는 구역 내 건물 높이를 기존 2배 수준인 142m까지 높여 사업성을 확보해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렇듯 20년 넘게 공회전 중인 세운 4구역 논란은 자치 분권의 초라한 민낯을 보여준다. 서울시의 개발 계획은 사법부 판단에 아랑곳하지 않는 중앙 정부의 반대에 공회전 중이다. 지자체 가운데 체급이 가장 큰 서울시라도 중앙 정부의 입길을 당해낼 재간은 없어 보인다.

정부가 지자체 핵심 사업에 제동을 거는 행태는 지방자치의 자율성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처사다. 지역 주민이 선출한 시장과 시 의회의 결정이 중앙 부처의 고집에 무력화됐다. 수도 서울시의 지방자치 상황이 이 정도라면 타 지자체는 중앙 정부에 입도 벙긋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6월 3일이면 아홉 번째 전국지방선거가 열린다. 지방선거가 ‘무늬만 자치’라는 비판을 피하려면 정부는 이제라도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고 서울시와 세운 4구역 개발 계획을 논의해야 한다. 정부는 개발을 전제로 종묘를 포함한 문화재 보존을 위한 개발 계획 접점을 찾는 데 힘을 쏟을 때다. 지방선거를 치러야 할 이유를 정부와 여당이 보여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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