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납기 격차 좁히며 존재감 키워
국내 조선업계 예의주시…“당장은 경쟁우위 유지”

국내 조선업계의 ‘효자’ 선종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압도적 기술력과 납기 경쟁력을 앞세운 한국의 독주 체제에 중국 조선소들이 파격적인 저가 공세를 무기로 거세게 도전장을 내밀면서다. 아직은 K-조선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중국의 추격 속도에 ‘LNG 선박 패권’의 지각변동이란 우려가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후동중화조선소는 최근 그리스 선주 TMS 카디프 가스와 17만4000㎥급 LNG 운반선 최대 6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TMS 카디프 가스가 중국 조선소에 LNG선을 발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척당 가격은 2억3000만~2억4000만 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기준 LNG선의 신조선가가 척당 약 2억4800만 달러 수준임을 고려하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수주를 따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조선사들은 그간 저가 선종에 주력해 왔지만, 최근 일부 조선소를 중심으로 LNG선 수주를 확대하고 있다. 후동중화조선소의 경우 과거 연간 2~3척 수준에 그쳤던 LNG선 건조 실적이 2023년 6척, 2024년 7척, 지난해 11척으로 증가했다. 건조 기간 역시 한국 조선사와 비슷한 수준까지 단축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LNG선 운임과 용선료가 하락하면서 선주들이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 조선소로 발주를 검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싱가포르 선사 EPS도 최근 중국 장난조선소에 LNG선 2척을 발주했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 셸은 중국 산둥해운과 용선 계약을 체결했으며, 산둥해운은 이에 필요한 LNG선 4척을 장난조선소와 협의 중이다.
중국 LNG선에 대한 시장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기술력과 납기 모두 한국 조선소에 뒤처진다는 평가가 우세했으나 최근에는 기술력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 후동중화조선소가 이번에 계약한 LNG선 역시 독자 개발 설계를 적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한편, 극저온 성능을 강화한 기술이 탑재됐다.
국내 조선업계도 올 들어 LNG선을 중심으로 한 고부가 선종 수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조선소의 추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중국 조선소의 가용 슬롯이 제한적인 데다 1년 유예된 미국의 중국 조선·해운업 견제 조치가 언제 되살아날지 모른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글로벌 LNG 프로젝트 재개와 함께 올해 115척가량의 LNG선 신규 발주가 예상되는데, 대부분이 국내 조선사 물량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LNG 운반선은 프로젝트성 발주가 많아 선주들이 기술력과 납기를 특히 중시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한국 조선사들이 시장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당장은 수주잔고가 여유로운 상황이지만 중국 조선소들의 기술력이 빠르게 향상되고, 저가 공세가 지속될 경우 국내 조선업계에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