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AI가 뜬구름이 되지 않도록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최근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6’. 인공지능(AI) 기술의 각축장이 된 현장에서 현대차그룹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아틀라스’의 움직임은 탄성을 자아냈다. 무릎과 팔꿈치 등 56개 관절이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목과 허리가 360도로 돌아가는 섬세한 기술력은 단연 최고였다. 현대차는 2028년부터 아틀라스를 공장에 투입하고 연 3만 대를 양산할 계획이다. 뛰어난 내구성에 산업 현장에서 인간보다 더 효율적인 미래 숙련공의 모습이 멀지 않았다.

올해 6일부터 9일(현지시간)까지 열린 CES는 ‘혁신가들의 등장(Innovators show up)’이라는 주제답게 ‘피지컬 AI’가 화두였다. AI가 장악한 전장에서 중소벤처기업도 활약도 빠지지 않았다. 글로벌 혁신의 흐름에 올라 탄 약 150개의 중소벤처기업들은 이번 CES 혁신상에 이름을 올렸다.

화려한 기술력을 앞다툰 나흘간의 쇼가 닫힌 뒤 중소 제조업체들의 AI 현실 장벽은 더 높아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11월 국내 504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의 AI 전환 실태와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기업 10곳 중 8곳(82.3%)은 ‘AI를 경영에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특히 대기업(49.2%)과 중소기업(4.2%) 활용도의 격차가 컸다.

기업들이 AI에 선뜻 다가서기 어려운 건 비용 때문이다. 로봇 운영을 위한 설비 전환과 기획, 솔루션 구축, 인력 투입 등 대대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자금 투입은 불가피하다. AI 인재 구하기는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지만, 중소기업들은 이들을 새롭게 채용할 자금력도 부족하다.

실제 같은 조사에서 ‘AI 인력을 어떻게 충원하고 있는지?’지 물음에 응답기업 82.1%가 ‘충원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내부직원 교육을 통해 전문인력으로 전환한다는 기업은 14.5%에 그쳤고, 신규 채용한단 기업 3.4%에 불과했다.

AI를 ‘어떻게 써야 살아남는지’ 구상하는 것도 쉽지 않고, 효과성에 대한 확신도 낮았다. 기업 10곳 중 6곳이 AI 전환이 주는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봤다. 투자 대비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크다는 의미다. 특히 인공지능 전환(AX)은 중소벤처기업엔 그림의 떡이다. 한 중소 철강업체 대표가 “관세 장벽 때문에 수출도 녹록치 않은 상황인데 AI는 뜬구름 잡는 얘기”라며 한숨 지은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럼에도 정부와 산업계가 AI 필요성을 연일 외치는 건 AI가 선택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올해 CES에서 봤듯이 AI는 모든 산업 환경을 삼킬 기세다.

중소기업에 AI가 더 필요한 건 AI를 계기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기술 격차가 가속화할 가능성이 더욱 커질 수 있어서다. 실제로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중소·중견 제조기업은 63만 개로, 공장을 보유한 기업은 16만 개다. 이중 스마트공장 도입률은 19.5% 수준이다. 스마트공장을 구축한 기업의 경우 품질은 44.4%, 납기준수는 16.3% 향상됐지만 AI를 도입한 기업은 품질에서 73.8%, 납기준수에선 72.2% 높아졌다.

AI가 대기업의 전유물이 된다면 대중소기업 불균형과 불공정 구조는 가속화할 수 있다. 이로 인한 임금 격차 심화로 청년층의 중소기업 유입은 더 어려워지고, 중소기업의 생태계 활력은 떨어져 한국경제의 기형 성장은 불가피해진다.

이런 가운데 중기부는 2030년까지 중소제조 스마트공장 1만2000개 구축과 AX 혁신 성장에 나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1% 수준인 중소기업의 AI 도입률도 밀어올릴 계획이다.

하지만 AI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선언적인 메시지보다는 실증 모범사례가 나와야 할 때다. AI에 대한 청사진과 설계만이 아닌, 중소기업이 현장에서 AI를 체감할 진짜 케이스가 나와야 한다. 생존을 위한 정책 실행과 집중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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