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작가 노부미의 그림책 ‘엄마가 유령이 되었어!’의 첫 줄이죠. 아이들의 동화책이라기엔 너무나 강렬한 시작인데요. 아이에게 읽어줘도 되나 싶은 찰나 눈물을 흘리는 건 아이가 아닌 어른이죠. 이 장면들이 유튜브 쇼츠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 릴스 등에 가득한데요. 웃으며 시작해 오열로 끝나는 엄마 아빠 옆 그저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들.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이 그림책은 일본에서는 2015년 7월, 한국에서는 5월 출판됐는데요. 엄마는 죽은 뒤 유령이 되어 집으로 돌아옵니다. 아들 ‘건이’는 할머니와 함께 울고 있지만, 엄마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하죠. 유령이 된 엄마는 아이를 안아주고 싶지만 손이 닿지 않고, 말을 걸고 싶지만 목소리가 닿지 않는데요.
그러다 자정이 되면, 단 한 번의 예외가 생깁니다. 이 시간에만 엄마는 아이에게 보이게 외죠. 엄마는 아이 곁에 앉아 걱정하고 잔소리하며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는데요. 그리고 다시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됩니다.
1권이 가장 유명하지만 해당 그림책은 2~3권 속편도 나왔는데요. 2권은 엄마의 장례식을 배경으로 ‘엄마가 없어도 괜찮아’라는 수용과 작별, 3권에서는 엄마가 더는 나타나지 않아 엄마가 보고픈 맘에 쓰레기봉투를 뒤집어쓰는 엉뚱한 행동을 하는 아이의 모습이 그려지죠. 이후 엄마는 보이지 않지만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성장과 치유의 이야기를 담았죠.
출판된 지 10년이 지난 이 그림책은 요즘 아이들의 손이 아닌 엄마 아빠의 손에 들려 ‘울음 챌린지’의 모습으로 대중에게 인식되고 있는데요. 챌린지의 패턴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남들 다 운다는데 난 T(이성적 성향)라서 안 울 자신 있다” 혹은 첫 문장을 읽고 “이거 애들 동화책 맞아?”라며 걱정하는 F 엄마 아빠의 우려로 시작하죠.
밤 12시, 유령이 된 엄마가 아이에게 “건아, 엄마는 이제 너랑 같이 있을 수 없어. 혼자서 목욕하기, 할 수 있지? 함께 잘 수도 없으니까 쉬하러 혼자 가야 해. 장난감 정리도 스스로 해야 하고. 엄마는 유치원에 널 데리러 갈 수도 없어”라며 정말 현실적인 부모의 일상이 나오는 순간 모두 눈물을 삼키는데요. 겨우 페이지를 넘긴 뒤 “건아 고마워. 건이의 엄마라서 엄마는 행복했어”와 헤어지기 싫지만 겨우 “나 힘낼게. 혼자서 해볼게”라는 아이의 다짐은 다시 참았던 눈물샘의 폭발 대목이죠. 이어 “엄마 팬티를 입고 잤더니 내내 엄마가 곁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의 마무리라니…도무지 제어할 수 없는 오열로 이어집니다.
이런 엄마 아빠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아이들의 반응도 이 챌린지 영상의 한 축인데요. 엄마는 세상이 무너진 듯 우는데, 정작 내용을 ‘유령 소동’으로 받아들인 아이는 “엄마 왜 울어?”라며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죠. 오히려 아이가 엄마가 잘 때 코딱지를 넣었다던가 엄마 팬티를 입었다는 장면에서는 웃음을 터트리곤 하는데요. 이 극적인 대비가 네티즌들의 눈물샘과 웃음 버튼을 동시에 자극하며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 중입니다. 결국 이 책은 아이가 아닌 부모를 울리는 ‘F 금지도서’가 됐죠.
2015년 일본 출간 당시부터 논쟁을 불러왔는데요. 독서 커뮤니티와 서점 리뷰에는 별점 1점대의 혹독한 평가도 적지 않았죠. “부모를 실제로 잃은 아이에게는 고통일 뿐이다”, “죽음이 너무 가볍게 다뤄진다” 등의 조용하지만 날 선 반응이었습니다. 특히 실제 상실을 경험한 아이를 둔 부모들의 반응은 날카로웠는데요. “왜 내 엄마는 유령으로 오지 않느냐”는 질문을 아이가 던질 수 있다는 우려, 분리 불안과 야간 공포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경험담도 이어졌습니다.
일부 비평가들은 “부모가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싶어 아이의 공포심을 이용하는 ‘감동 포르노(Porn)’에 가깝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는데요. 과거 폭주족 리더였다는 작가 노부미의 독특한 이력과 거친 화법도 논란에 기름을 부었죠.

반대로 이 책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분명했습니다. 이를 훌륭한 '죽음 교육'으로 평가했다. 죽음을 금기시할 것이 아니라, 유머러스하게 접근해 아이들에게 '이별 면역력'을 키워준다는 거죠. 아이는 성장 과정에서 언젠가 이별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를 무조건 숨기기보다, 상징과 이야기로 먼저 접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건데요. 이 책은 병원, 관, 사고 현장 같은 현실 묘사를 피하고 유령이라는 비현실적 장치를 사용해 감정을 완충합니다.
작가 노부미 또한 이 작품을 통해 아이에게 죽음을 가르치기보다, 부모에게 “지금 살아 있을 때 아이를 더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해왔는데요. 아이에게는 잔소리와 화 뒤에 숨은 진짜 마음을 전하고자 했다는 겁니다. 실제로 많은 부모가 “이 책 덕분에 아이와 서로 얼마나 사랑하는지 솔직하게 말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죠.
다만 준비는 필요합니다. 아동 심리 전문가 중에는 분리 불안이 심하거나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에게는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하는데요. 아이의 성향을 고려하고 독서 후 충분한 스킨십으로 “엄마는 항상 네 곁에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는 과정이 필수적이죠. 챌린지의 끝은 ‘눈물’이 아니라 ‘포옹’일 때 이 책의 진정한 메시지가 완성되는 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