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압박에도…미국 제약사들, 350종 약품 가격 인상 강행

백신·항암제 줄줄이 인상…평균 상승폭 4%
“정부 협상, 구조적 문제 해결하지 못해”
당뇨 치료제 자디앙은 40% 이상 낮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4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클럽에서 미군 병사들과 통화하고 있다. (팜비치(미국)/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강력한 약값 인하 정책을 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글로벌 제약사들이 새해부터 최소 350개 이상의 브랜드 의약품 가격을 인상할 계획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1일(현지시간) CNN방송이 보도했다.

헬스케어 전문 리서치기업 ‘3엑시스어드바이저스’에 따르면 이번 인상 대상에는 코로나19와 대상포진 백신, 블록버스터급 항암제 등 필수 의약품이 대거 포함됐다.

인상 품목 수는 작년 동기 대비 약 100종 급증했으며 인상률 중간값은 약 4% 수준으로 파악됐다. 이는 정부의 압박 속에서도 수익성 방어를 위한 제약업계의 움직임이 여전함을 시사한다고 CNN은 짚었다.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 곳은 화이자다. 화이자는 항암제 ‘이브란스’,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 편두통약 ‘너텍’ 등 약 80개 품목의 정가를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대부분 인상률은 10% 미만이나 코로나19 백신 ‘코미나티’는 15% 인상할 예정이며 일부 병원용 필수 의약품은 가격이 4배 이상 치솟기도 했다.

유럽계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역시 과학적 혁신 지원을 명분으로 약 20개 품목의 가격을 2.0~8.9% 올릴 계획이다.

화이자 측은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율보다 낮은 수준으로 가격을 조정했다”며 “신약 개발 투자와 비용 증가 대응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이번 가격 인상 계획은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이 화이자, 사노피, 노바티스 등 14개 제약사와 약값 인하 합의를 발표하고 나서 나왔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합의는 주로 저소득층을 위한 메디케이드 프로그램이나 현금 결제자를 대상으로 한 제한적 조치였다.

전문가들은 제약사들이 정부와는 생색내기용 합의를 맺고 실제 시장 가격은 올리는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스턴 브리검 여성병원의 벤저민 롬 박사는 “이런 합의들은 혁신적인 것처럼 포장되지만, 실제 높은 약값 문제의 본질은 건드리지 못하고 변죽만 울리는 수준”이라며 “기업들이 뒤로는 보험사와 할인을 협상하면서 정가는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모든 약값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제약사들은 약 9개 품목에 대해서는 인하를 계획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베링거인겔하임의 당뇨병 치료제 ‘자디앙’은 가격이 40% 이상 내려갈 전망이다. 이는 자디앙이 미국 정부의 메디케어(노인 의료보험) 약값 협상 대상 10개 품목에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정부와의 협상 결과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대폭 삭감한 셈이다.

업계는 전통적으로 약값 조정이 가장 활발한 1월 초에 더 많은 가격 변동 발표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과 제약사의 방어 논리가 충돌하는 가운데 미국의 약값 전쟁은 새해에도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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