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사 “자금숨통” 환영⋯유통업계 ‘비용압박’ 역효과 우려

법정상한 60일 채워 늑장지급
지급기한 현행절반 수준 단축
입점사 자금 회전 속도 높이고
공정한 거래관행 자기매김 취지
유통사는 신규매입 축소 가능성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 유통사의 납품대금 정산 주기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나서자 유통 생태계 안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돈은 빨리 받게 되지만 거래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역설 때문이다.

이번 제도 개선의 핵심은 직매입 거래의 대금 지급기한을 기존 60일에서 30일로, 특약매입·위수탁 거래는 40일에서 20일로 단축해 ‘늦장 정산’ 관행을 끊겠다는 것이다.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처럼 대금 회수가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리스크를 구조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실제 현장에선 납품업체들의 환영 목소리가 크다. 공정위가 132개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실태 조사한 결과 쿠팡과 마켓컬리는 평균 정산 주기가 각각 52.3일, 54.6일로 업계 평균보다 길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2025년 온라인 플랫폼 입점 중소기업 거래 실태조사에서도 쿠팡 입점 업체의 34%가 “정산까지 51일 이상 걸린다”고 답했다. 납품업체 입장에서는 재고 부담과 금융비용을 떠안는 구조였던 셈이다. 정산이 빨라지면 현금 흐름이 개선되고, 돌발적인 미정산 위험도 줄어든다.

하지만 유통업계의 시선은 다르다. 정산 주기가 짧아질수록 유통사는 재고 부담과 자금 운용 압박을 직접 떠안게 된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신규 납품 계약을 줄이거나 판매가 검증된 ‘베스트셀러’ 중심으로 매입 전략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자금력이 약한 중소·영세 납품업체의 진입 문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학계에서도 비슷한 경고가 제기됐다. 유병준(서울대 경영학과)·전성민(가천대)·강형구(한양대) 교수로 이뤄진 합동 연구팀은 ‘정산주기 단축 규제의 경제적 영향 토론회’에서 현행 60일 이내인 유통업계 직매입 납품업체 정산주기가 20일로 단축되면 1년 안에 중소 입점사 30%가량이 퇴출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정산주기 단축에 따른 비용 압박이 증가하면 플랫폼 기업은 재고비용 감축을 위해 상품 수와 종류를 소량만 확보하게 된다”며 “다양한 품목과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제공하는 대기업과 달리 자원이 한정된 소상공인 상품 발주량을 크게 줄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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