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봉인된 기준금리…고환율·집값 앞 '비대칭 통화정책'의 딜레마

"올려도, 내려도 환율·부동산 자극"…정책 선택지 좁아져
중립금리 근접 속 성장률 상향…그러나 물가·환율 부담 여전
의결문도 변화…추가 인하서 '동결 가능성'으로 무게 이동
전문가들 "인하 사이클 사실상 종료…장기 동결이 기본 시나리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투데이DB)

환율은 급등하고, 집값과 가계대출은 다시 들썩이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어려운 ‘통화정책의 사각지대’에 빠져 있다. 27일 금융통화위원횐가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한 것도 이런 제약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경기 둔화와 물가 정점을 근거로 내년 금리 인하 사이클에 대비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고환율 장기화, 구조적 물가 압력, 주택시장 불안까지 겹쳐 금리 카드가 사실상 봉인된 상태다.‘Fed는 인하 준비, 한국은 동결 고착’이라는 비대칭 구도가 사실상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대칭 통화정책은 한국 경제에 불균형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 한미 금리차는 1.50%포인트(p)다. 금리차가 벌어질수록 외국인 자금 유출 압력은 커지고, 원·달러 환율은 하락하지 못한 채 약세 국면을 고착화한다. 에너지·식량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특성상 환율이 잡히지 않으면 물가 안정도 요원하다. 환율이 물가를 누르고, 물가가 금리를 누르는 전형적 신흥국형 악순환 구조에 다시 진입한 셈이다.

한은의 선택지는 사실상 봉인돼 있다. 부동산과 가계부채는 이미 반등 조짐이다. 11월 셋째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4주 만에 상승 전환했고, 5대 은행 가계대출은 이달 2조6000억 원 넘게 늘었다. 금리 인하는 곧바로 주택시장 과열과 대출 확대를 자극해 금융안정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 반대로 금리 인상은 취약 차주와 중소기업을 바로 압박하는 선택지다. ‘내리면 위험, 올려도 위험’이라는 비대칭 구조가 한국 통화정책의 가장 큰 족쇄로 거론되는 이유다.

경기 흐름만 놓고 보면 금리 인하 명분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은은 이날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0%, 1.8%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환율발 물가 압력을 고려해 내년 물가 전망도 2.1%로 제시했다. 성장은 회복되지만 물가와 환율이 여전히 위험 신호를 주는 엇갈린 국면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원 6명 중 3명은 3개월 후 금리를 연 2.5%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라며, “나머지 3명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인하 사이클은 사실상 끝났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내년은 장기간 동결이 기본 시나리오”라며 “후년 상반기까지도 금리 변화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융안정 부담이 구조적으로 해소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환율·자본흐름·부동산·물가라는 4대 제약이 동시에 작동하는 ‘다중 제약 환경’에 놓여 있어 통화정책의 선택지는 더 좁아지고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다만 내년 하반기 ‘총재 교체 이후’에는 변화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총재 임기 종료로 정책 공백이 불가피해, 7월 전후에야 금리 변화 여지가 생길 것”이라며 “환율·부동산 부담이 남아 있지만 산업·경기 사이클을 반영한 제한적 인하 가능성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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