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한은, 금리 동결 장기화 신호…인하 사이클 휴지기 진입”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한 2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두고 증권가는 기준금리 동결 장기화를 시사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금리 인하 사이클이 끝나지는 않았으며 내년까지 휴지기를 거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4회 연속 동결이다.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는 ‘인하 기조’를 ‘인하 가능성’으로, 추가 인하 ‘시기’를 ‘여부’로 각각 조정했다.

물가상승률이 높아지고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과 원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시점에 금리를 인하하려면 더 많은 가정 사항이 필요하다”며 “단기간에 금융 불균형이 해소되기 어려워졌다”고 해석했다.

이어 “한은이 환율 움직임뿐 아니라 이에 따른 물가 압력을 주시하기 시작했다면 인하 가능성은 더 작아졌다고 봐야 한다”며 “금리 인하가 말 그대로 그저 가능성으로 남은 상황으로 2026년 연내 동결을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성장률과 물가 전망 상향, 포워드 가이던스에서의 변화를 고려하면 금리의 추가 인하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기준금리는 금융 안정을 고려하면 중립 금리 수준에 와 있다’는 이창용 한은 총재 발언이 핵심으로, 내년 말까지 금리 동결 전망을 유지한다”고 진단했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축소되기는 했지만 인하 사이클이 종료됐다고 단정 짓기에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고용시장 둔화를 근거로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국면에서 한국이 먼저 인하 사이클 종료를 선언할 수 없다”며 “당분간 한은은 환율과 서울·강남 부동산 가격을 점검하며 통화정책 휴지기를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성장률 갭은 축소되지만, 국내총생산(GDP) 갭은 여전히 크며 내년은 성장률이 잠재 수준으로 회복하는 정도로 GDP 갭이 빠르게 축소되는 상황도 아니다”라며 “한은이 5월 이후 6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동결했음에도 부동산 가격과 환율은 급등한 데다 중립 수준 동결을 장기화할수록 내수 경기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시장이 이번 금통위 결과를 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로 인식하고 움직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장중 1만 계약 이상을 순매도했던 외인들의 매도 규모가 축소됐고, 퇴직연금 자금이 조기 집행될 수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경기 회복세 기대감 하락 또는 금융 안정에 대한 우려가 완화하는 모습이 나타나기 전까지 단기물 금리 하락 여력은 크지 않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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