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수출엔 유리하지만⋯원가 부담 등 키우는 ‘변수’
실적 반등은 아직 ‘불확실’ 전망

정제마진이 고공행진 하며 정유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고환율이 장기화하면서 원가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나온다. 정제마진 회복이라는 호재와 환율 상승이라는 악재가 복합적으로 맞물리며 업계에는 긴장감이 도는 분위기다.
2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최근 배럴당 복합정제마진은 18달러를 넘기며 2년 10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인 2022~2023년 일부 시기를 제외하면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기도 하다.
정제마진은 정유사가 원유를 들여와 휘발유나 경유 등으로 정제해 판매할 때 얻는 이익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정유업계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선행 지표로 활용된다.
정제마진 상승은 정유업계에 긍정적인 신호다. 특히 겨울철 난방유 수요 증가와 함께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로 석유 제품 공급 차질이 겹치며 최근 상승폭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이 치솟은 점은 정유업계의 시름을 키우고 있다. 국내 정유사는 연간 10억 배럴 이상의 원유를 모두 해외에서 달러로 들여오는 만큼,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원유 구입에 필요한 원화 부담이 급겨히 불어난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이달 공시한 분기 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하면 올해 3분기 법인세차감전순이익이 1544억 원 감소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고환율이 호재로 작용할 때도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수출이 전체 판매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해 달러 가치가 오르면 수출 수익도 커져서다. 이에 올해처럼 정제마진이 살아나는 구간에서는 환율 상승이 오히려 실적 방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 코로나19 시기인 2022년 환율과 정제마진이 치솟으며 국내 정유업계가 초호황기를 누리기도 했다.
그런데도 업계 전반에 위기의식이 도사린 이유는 현재의 정제마진 상승은 계절적 요인과 일시적 공급 차질이 반영된 측면이 크고, 고환율 기조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서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정유사들이 1조50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적 개선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3분기 정제마진 개선으로 실적이 다소 회복되더라도, 연간 기준으로는 8000억 원가량의 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제유가 역시 변수다. 시장에서는 내년 상반기 국제 유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유가가 하락하면 재고평가손실 확대와 수요 둔화라는 이중 리스크에 직면할 가능성이 킄다.
한 업계 관계자는 “3분기보다 더 좋은 실적을 4분기에 내야 연간 손실을 일부 만회할 수 있는데, 정제마진 회복과 동시에 환율과 유가 리스크가 여전히 커 실적 방향성을 단정하기 어려운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