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SMB 모두 현금흐름 개선…반복 구매·대량 발주 편의성 강화
트레이드인·부분결제 등 복잡 B2B 거래까지 통합…삼성 플랫폼 경쟁력 제고

삼성전자가 미국 B2B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인공지능(AI) 기반 금융 기능을 본격 내재화하며 ‘결제 혁신’에 나섰다. 북미 B2B 사업을 미래 성장축으로 키우겠다는 전략 아래 대형 기업뿐 아니라 중소·중견사업자까지 포섭하기 위한 ‘결제 UX(경험)’ 개선에 나선 모습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미국 법인은 18일(현지시간) 미국 핀테크 업체 ‘슬로프(Slope)’와 협력해 삼성 비즈니스 전용 결제 시스템인 비즈니스 체크아웃(Business Checkout)에 ‘60일·90일 후불 결제(Net 60·Net 90)’ 방식을 도입했다. 상품을 먼저 받되 결제는 두세 달 뒤에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실상 삼성의 B2B 고객에게 운전자본(Working Capital)을 제공하는 금융 기능을 시스템에 직접 통합한 셈이다.
AI 기반 실시간 신용평가를 활용해 구매 기업이 기존 Net 30(30일 결제)보다 두세 배 긴 기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삼성전자가 B2B 고객을 대상으로 사실상 ‘내재형 금융’ 전략을 본격화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슬로프는 J.P.모건과 삼성전자 미국법인의 투자를 받은 기업으로, 실시간 AI 기반 신용평가 모델을 강점으로 한다. 이번 협력으로 미국 내 삼성전자 비즈니스 고객은 제품 구매 시 체크아웃 화면에서 즉시 ‘60일·90일 후불 결제’ 옵션을 확인하고 수 초 내 승인 여부를 통보받게 된다.
특히 기업용 고객은 한 번 승인된 한도를 재사용할 수 있어, 부서·에이전트별 개별 신설 절차 없이 곧바로 주문할 수 있다. 대량 구매가 잦은 B2B 특성상 주문 속도와 내부 행정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다.
기업 고객의 복잡한 구매 패턴도 고려됐다. 기존 단말기를 반납하는 트레이드인 절차, 여러 차례에 나눠 비용을 처리하는 부분결제 흐름 등은 금융사가 적용하기 까다로운 영역이지만, 삼성전자는 이를 체크아웃 단계에 그대로 녹여 기업 실무에 맞춘 결제 환경을 마련했다. 수만 개 단위의 디바이스가 이동하는 미국 기업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다.
로렌스 린 무라타 슬로프 CEO는 “B2B 결제는 카드만큼 간단하면서 더 영리해야 한다”며 “삼성의 스케일과 슬로프의 AI를 결합해 구매 순간의 금융 접근성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에서 B2B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확대하며 ‘B2B 디지털 전환’을 핵심 성장축으로 삼고 있다. 교육·의료·소매·물류·제조 등 분야 기업 고객의 스마트폰·태블릿·PC·모니터 도입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결제 경험을 개선해 고객 접점을 넓히겠다는 의도다.
삼성전자 B2B e커머스 조직은 중소기업부터 대형 엔터프라이즈 고객까지 다양한 수요를 감안해 승인 속도·거래 조건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시스템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후불 결제 기능을 전면에 내세운 건 미국 중소·중견기업의 현금흐름 부담을 덜어주면서 주문 전환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번 기능은 올해 3분기부터 미국 B2B 고객에게 순차 적용되며, 북미 현지에서 삼성의 B2B 플랫폼 경쟁력을 한층 높여줄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슬로프는 최근 알리바바닷컴과의 대규모 협업도 발표하며 글로벌 대형 B2B 플랫폼과의 파트너십을 확장하고 있다. 이번 협력은 슬로프가 북미 주요 전자·IT 제조사 공급망 전반으로 진출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