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대출 1.4조 반등, 이벤트성 수요가 증가 주도
1~10월 누적 흐름은 안정… 가계대출 확장탄력은 여전히 약함
주담대 둔화 속 금리 인하 기조·주택거래 반등이 향후 변수 될 전망

10월 은행 가계대출이 증가폭을 크게 키웠지만, 정작 핵심인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증가세가 둔화하며 대출 흐름의 온도차가 두드러졌다. 전세시장 약세와 주택거래 부진이 이어지면서 주담대 수요가 빠르게 식은 반면, 신용대출은 일시적 요인으로 반등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10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 가계대출은 9월 1조9000억 원에서 10월 3조5000억 원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주담대 증가액은 2조5000억 원에서 2조100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전세자금 수요 감소와 7~8월 주택거래 둔화가 시차를 두고 반영된 결과다.
전세자금대출 흐름도 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전세대출은 8월 +4000억 원에서 9월 -2000억 원으로 감소 전환한 데 이어 10월에는 -3000억 원으로 낙폭이 더 커졌다.
반면 기타대출은 9월 -5000억 원에서 10월 +1조4000억 원으로 반등했다. 국내외 주식투자 확대,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전 주택거래 선수요, 길었던 추석연휴에 따른 자금 수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민철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주택 관련 대출이 줄어들며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기타대출은 주식 투자 확대, 주택 거래 선수요, 긴 추석 연휴 영향이 겹치며 늘어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박 차장은 "기타대출이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 세세히 분류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주식시장 강세와 ETF 투자 증가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기타대출은 변동성이 큰 만큼 현재 흐름이 이어질지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덧붙였다.
10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173조7000억 원이며, 이 중 주담대 잔액이 934조8000억 원, 기타대출은 238조 원이다. 올해 1~10월 누적 증가 폭은 총 32조7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낮은 수준이다.
주택거래 흐름도 대출 둔화를 뒷받침한다.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8월 3만4000호에서 9월 4만7000호로 다소 늘었지만 여전히 이전보다 낮고, 전세거래량도 4만4000호로 정체돼 있다.
시장에서는 10월 가계대출이 늘긴 했지만 주담대만 보면 성장세가 꺾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리 인하 기대가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가계대출이 뚜렷한 확장세를 보이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박 차장은 "주담대가 줄고 그 수요가 기타대출로 이동한 '풍선효과'로 보기엔 이르다"면서도, "일부 주택거래 선수요는 기타대출을 통해 조달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향후 관심은 금리 인하 사이클의 지속 여부다. 주담대 중심의 대출 둔화가 이어질 경우 한국은행의 완화 기조 판단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은행은 이번 증가 흐름을 특별한 정책 신호로 해석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을 내놨다. 당국은 "항목별 수요 요인이 상이해 단기 수치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해석을 당부했다.
결국 10월 가계대출은 '증가 폭 확대 속 주담대 둔화'라는 대조적인 모습이 나타났고, 향후 시장금리 방향과 주택거래 회복세가 가계대출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