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재원 채권에 의존 우려 반영
“AI 인프라 구축 비용 5조 달러 전망”
코어위브 등 중소기업들도 타격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현지시간) “알파벳·메타·마이크로소프트(MS)·오라클 등 거대 데이터센터를 구축 중인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 스프레드(수익률 격차)가 최근 몇 주간 가파르게 올랐다고 보도했다. 하이퍼스케일러는 초대형 클라우드 인프라나 데이터센터를 운용하는 기업을 뜻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이들 기업에 대해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대비 추가로 요구하는 스프레드는 0.78%포인트(p)까지 상승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계획이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4월 이후 최고치이자 9월 0.50%p에서 급등한 치솟은 수치다.
스프레드 확대는 기술기업들이 AI 인프라 투자 재원을 채권시장에 의존하는 것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반영한다고 FT는 짚었다.
브리즈 쿠라나 웰링턴매니지먼트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시장은 지난 2주 동안 AI 붐을 지원하기 위해 자금을 조달해야 할 주체가 공개 시장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고 분석했다.
JP모건체이스도 전날 “AI 인프라 구축 비용에 5조 달러(약 7300조 원) 이상이 투입될 것”이라며 “이 정도 자금을 모으려면 주식, 채권 발행은 물론 사모펀드나 벤처캐피털 투자, 심지어 정부자금 투입까지 필요로 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기술기업들은 막대한 보유현금에도 AI 확장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빠른 속도로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다. JP모건은 “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총 3500억 달러의 유동성 현금과 투자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내년에는 7250억 달러의 영업 현금 흐름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런데도 높은 금리로 상당한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메타, 알파벳, 오라클 등은 최근 몇 주 새 대규모로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일부는 만기가 최대 40년에 달한다. 이 중에서 오라클 채권은 특히 큰 타격을 입었다. FT가 집계한 지수에 따르면 오라클 회사채 가격은 9월 중순 이후 거의 5% 하락했다. 미국 우량 기술기업 채권을 포괄적으로 추적하는 ‘아이스(ICE) 데이터 서비스’ 바스켓의 약 1% 하락률과 대비된다.
AI 붐 중심에 있는 중소기업들도 타격을 입었다. 데이터센터 운영사 코어위브 주가는 최근 2주간 20% 이상 하락한 데 이어 매출 전망 하향 조정 여파로 이날 주가가 16% 폭락했다. 그 여파로 엔비디아 주가도 3% 가까이 동반 하락했다.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을 헤지하는 비용도 덩달아 급등했다. 런던증권거래소(LSEG)에 따르면 코어위브의 5년 만기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는 지난달 초 350bp(1bp=0.01%p) 미만에서 이날 505bp로 뛰었다.
다만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채권 가격 하락을 ‘건전한 조정’이라고 봤다. 베스포크인베스트먼트그룹의 조지 피어크스 거시 전략가는 “채권시장이 여전히 위험을 적절히 반영하고 있다면 오히려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