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 위험 없는 자기 투약, 개인 영역"

치과의사가 스스로 탈모약을 주문해 복용한 행위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나진이 부장판사)는 최근 치과의사 A 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고에게 한 자격정지 처분을 취소한다"며 소송 비용도 복지부가 부담하도록 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서울 강북구에서 치과를 운영하면서 2021년 2월과 4월 전문의약품인 모발용제 연질캡슐들을 구입해 스스로 복용했다. 복지부는 이를 두고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를 벗어난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판단, 지난해 1개월 15일의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에 A 씨는 "의약품을 구매해 본인이 복용한 행위는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니다"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 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의료법이 면허 외 의료행위를 금지한 취지는, 전문 영역을 벗어난 의료행위로 타인의 생명·신체와 공중위생에 위험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한 의료행위는 이 같은 위험과 관련성이 낮아 개인의 영역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자상(自傷)과 같이 자기 자신을 상대로 한 침습 행위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형사처벌이나 공법상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며 "개인은 헌법상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 따라 자신의 생명과 신체의 기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 결정하고 의료행위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 이를 의료인을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한할 근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복지부는 기존 판례를 근거로 탈모치료제 구매·복용 또한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주장하지만, 해당 판례는 자기 투약까지 처벌 규정을 둔 '마약류' 사안으로 이 사건과는 다르다"며 "전문의약품을 처방 없이 구입해 복용한 행위가 규제 필요성이 있을 수는 있으나, 이를 이유만으로 이 사건 행위를 구 의료법이 정한 무면허 의료행위에 포섭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