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발표한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통해 정비사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제 범위가 한층 확대됐다. 표면적으로는 주택시장 안정과 투기 차단을 위한 조치이지만 정비사업이 정부의 공급정책 핵심 축으로 꼽힌다는 점에서 공급 확대를 외치며 자금줄을 죄는 '엇박자 정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토교통부는 15일 발표한 대책에서 서울 전역과 경기 성남·과천·하남 등 12곳을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에서는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이주비 대출 제한, 분양가상한제 적용 등이 동시에 작동한다. 이주비 대출은 최대 6억 원 한도로 일괄 적용되지만 다주택자나 보유세 중과 대상자는 보증이 제한돼 조합 간 자금 조달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동일 단지 내 아파트가 1개 동 이상 포함된 연립·다세대주택’까지 토지거래허가제 적용 대상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허가제가 아파트 단지로 한정돼 같은 필지 안의 연립·다세대는 허가 없이 거래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아파트와 맞닿은 주택까지 거래가 통제되는 구조가 됐다.
국토부는 이번 조치를 투기적 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김규철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은 수요 유입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실제 공급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지난 9·7 대책을 통해 발표한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은 후속 조치를 신속히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의 전방위적인 규제가 정비사업 추진 동력 위축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정대상지역 지정으로 전매제한 등 거래규제가 강화되고 투기과열지구로 묶일 경우에는 조합 설립인가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이주비 대출 제한이 동시에 작동한다. 이 가운데 전매제한과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는 정비사업 내 지분 거래와 조합원 교체를 사실상 차단해 시장의 유동성을 크게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9·7 공급대책에서 내세웠던 ‘정비사업 절차 간소화’나 ‘도심 공급 확대’ 기조는 이번 10·15 대책으로 사실상 뒷걸음쳤다는 지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본지 자문위원)은 “이주비 대출 한도가 일괄 6억 원으로 유지되더라도 사업성이 높은 지역부터 정비사업이 추진되는 구조상 이번 규제로 자금 흐름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며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라는 정부 방침과 상충된다”고 지적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단순한 투기 억제책이 아니라 정비사업의 핵심 구조인 자금·거래·분양을 직접 제약하는 제도적 병목으로 작용한다”며 “특히 분양가상한제와 이주비 대출 제한이 동시에 작동하면 중소 정비사업은 추진이 지연되거나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규제는 정부의 ‘도심 공급 확대’ 기조와도 상충돼 정책 일관성을 흔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