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온도차…외국인 매도·개인 매수
HD현대중공업ㆍHD현대미포 합병 소식에 주가 급등
“9월 이후 주도주 교체”…AI·바이오 주목

한미 정상회담 전후로 조선주에 대한 외국인과 개인의 투심이 완전히 뒤집혔다. 회담 이후 외국인은 조선주를 대거 사들였고 개인은 정반대로 내던졌다. 전날까지만 해도 개인이 사고 외국인이 팔던 구도가 하루 만에 반전됐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 1~4위가 모두 조선주였다. HD현대중공업(918억 원), 삼성중공업(847억 원), HD현대미포조선(822억 원), HD한국조선해양(370억 원)이 상위권을 싹쓸이했다. 방산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199억 원)도 순매수 5위에 올랐다. 외국인이 정상회담에서 직접 언급된 조선 업종을 다시 집중 매수한 셈이다.
반대로 개인은 조선주를 일제히 팔아치웠다. HD현대중공업(-1157억 원), 삼성중공업(-697억 원), HD현대미포(-652억 원), HD한국조선해양(-351억 원)이 순매도 상위 4자리를 모두 차지했다. 하루 전까지 조선주를 ‘정책 기대주’로 사들였던 개인이 곧바로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정상회담 전과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한·미 정상회담 직전인 25~26일 이틀간 외국인은 한화오션(-2244억 원), 한국조선해양(-639억 원)을 집중 매도하며 조선 랠리에서 차익을 실현했다. 반대로 개인은 한화오션(3159억 원), 한국조선해양(805억 원), HD현대중공업(522억 원)을 적극 매수했다. 정책 모멘텀을 두고 외국인과 개인의 해석이 엇갈렸다.
이날 조선업종이 대부분 상승 마감한 가운데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가 나란히 급등했다. HD현대그룹이 미국 군함 시장 진출을 위해 조선해양 계열사 간 합병을 추진한다는 소식과 함께 한미 조선산업 협력 기대감, 캐나다 잠수함 사업 결선 진출 뉴스가 겹치며 투자심리를 크게 자극했다. HD현대중공업은 전 거래일보다 11.32% 오른 52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HD현대미포 역시 14.59% 급등한 21만6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반도체에서도 주체별 투심 차이는 두드러졌다. 이날 외국인은 SK하이닉스(-1422억 원), 삼성전자(-595억 원)를 동반 순매도했다. 개인 순매수 1위 종목은 SK하이닉스(511억 원)였다. 이어 LIG넥스원(434억 원), NAVER(419억 원), 효성중공업(238억 원), 에이피알(218억 원) 등이 상위권에 포함됐다. 외국인이 차익실현에 나선 반면, 개인은 반도체·방산·플랫폼으로 매수를 분산하는 모습이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이 단기 모멘텀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방산·원전(조방원)의 랠리가 정점을 지나면서 9월 이후 주도 업종은 반도체·바이오·소프트웨어로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의 주도주는 결국 반도체냐, 아니냐로 나뉜다”며 “반도체가 아니라면 그 시점에는 반도체보다 수출 모멘텀이 강한 업종이 주도권을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스피가 3200선에서 정체된 가운데 기존 주도 업종의 모멘텀은 약화되고 있다”며 “2분기 실적 기대치가 높았던 조선·방산·원전은 3분기 들어 조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3000억 원의 연구개발(R&D) 예산을 편성한 것도 AI 육성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라며 “9월 이후에는 대형주에서 중·소형주로, 업종은 조선ㆍ방산ㆍ원전에서 반도체·바이오·소프트웨어로 무게 중심이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