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두 달 만에 ‘실용외교’로 외교 판도를 흔들었다. 방미 전 일본을 먼저 찾아 양자 현안을 정리한 뒤 워싱턴으로 향한 행보는 실익을 겨냥한 전략적 포석이었다. 북한 문제에서는 기존의 ‘운전대론’을 접고 북미 협상을 뒷받침하는 조율자로 역할을 조정했다. 동시에 ‘친중’ 이미지를 걷어내고 한미 동맹을 외교의 중심축으로 세우면서, 국익 중심 외교 기조를 본격화했다.
이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워싱턴 일정을 마무리하며 사실상 첫 한미 정상회담을 끝냈다. 이번 회담은 공동성명이 나오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되지만, 양국이 통상·안보·북핵 문제를 두루 논의하며 후속 협상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일본을 먼저 찾은 뒤 워싱턴으로 향한 전략적 행보와, 북한 문제에서 조율자 역할을 택한 실용외교 기조는 이번 회담의 성과를 뒷받침한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이 대통령은 방미 직전 도쿄를 찾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 정상은 한미, 미일 관계와 함께 한미일 협력 방향을 놓고 전략적으로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이시바 총리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 경험을 공유하며 협상 노하우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해 "일본과 미국을 연계 방문함으로써 한일, 한미일 협력 강화를 실현했다고 볼 수 있다"며 "그동안 한일 양국 관계가 좋지 않으면 미국이 주도해서 한미일 3국 협력을 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우리가 주도해 일본을 방문하고 미국을 이어 방문하는 모양이 나왔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이 대통령은 이를 적극 어필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일 협력을 중시하기 때문에 이시바 총리를 먼저 만나 미리 걱정할 문제를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방일 목적을 관세 공동 대응이 아니라 미국의 안보와 이익을 위한 선택으로 묘사하는 수도 발휘했다.
북한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서도 명분보다는 실익을 최우선으로 뒀다. 이전 정부들이 ‘운전대론’을 내세우며 한국이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해왔지만, 이 대통령은 과감하게 트럼프를 '피스메이커' 자신을 '페이스메이커'로 지칭했다. 북미 간 대화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판을 조율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북한 역시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선호해왔다는 점에서 전략적 계산이 깔린 선택이었다는 평가다. 결과적으로 ‘코리아 패싱’을 차단하면서 한국의 실질적 존재감을 분명히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위해 ‘친중’ 이미지를 걷어내는 데도 집중했다. 이 대통령은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강연에서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은 더 이상 취할 수 없는 상태"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지금은 우리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깝기 때문에 거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지, 이제는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결국 외교·안보의 중심축을 미국에 두겠다는 분명한 메시지였다.
다만 이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시기에 맞춰 중국에 특사단을 파견하며 대중 관계 관리에도 나섰다.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통로를 열어둠으로써, 한미일 협력과 한중 관계를 '투트랙'으로 관리하겠다는 전략적 고려가 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