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 톡!] 형식 아닌 실천이 된 산업안전

박준 노무법인 라움 대표·공인노무사

이달 23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취임했다. 취임 직후 첫 전국 기관장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그는 “산재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며 ‘안전한 일터 프로젝트’의 본격 추진을 선언했다. 이 프로젝트는 반복적인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해 고위험 사업장을 현장 중심으로 관리하고, 산업안전의 구조를 바꾸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정책 핵심은 전국 2만6000여 개소 고위험 사업장에 전담 감독관을 지정하고, 이들과 상시 연락체계를 구축하여 불시에 점검과 시정조치를 실시하는 데 있다. 특히 △추락 △끼임 △부딪힘 △화재 △폭발 △질식 등 6대 중대재해와 △폭염에 대응하기 위한 12대 핵심 안전수칙을 집중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이 12대 안전수칙에는 작업발판 설치, 보호구 착용, 방호장치 작동, 유해가스 측정, 환기 유지, 소화설비 관리 등 현장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 안전조치들이 포함되어 있다. 정부는 자율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사전에 자가 점검표를 제공하고, 사업장별로 전담 감독관과의 핫라인을 구축해 위험 상황 발생 시 즉시 출동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함께 마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정책과 관련해서 중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여전히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체계적으로 구축되지 않은 곳이 많아 제도 이행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산업안전을 경영 리스크로 인식해야하며, 최고경영자의 형식적인 ‘안전경영’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안전보건조직을 직접 관리하고, 정기적 위험성 평가, 교육·훈련, 이행기록 관리 등을 경영 전반에 내재화하는 것이 필수적인 대응이 될 것이다.

지난해 6월 발생한 아리셀 공장 화재 사건은 이러한 제도의 필요성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이 사고로 23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지난 7월 23일, 검찰은 대표이사에게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가장 높은 형량으로, 산업안전이 더 이상 현장 관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경영자의 생존과 직결되는 사안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정부의 ‘안전한 일터 프로젝트’는 단순한 행정 시책을 넘어, 기업의 안전문화를 어떻게 정착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산업안전은 이제 법령을 넘어 기업의 생존 조건이자 근로자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실질적인 경영책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박준 노무법인 라움 대표·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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