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기업 실적 부진 명분으로 인사권 장악…구조조정 통해 강도 높은 개혁 추진
중국발 악재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와중에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신의 권력 기반 다지기에 여념이 없다.
중국 3대 국영 이동통신사가 최근 깜짝 경영진 교체 소식을 발표했다. 지난 24일 중국 공산당 중앙조직부에 따르면 차이나모바일의 신임 회장에는 공업정보화부 샹빙 부부장(차관급)이 임명됐다. 차이나텔레콤과 차이나유니콤 회장은 자리를 맞바꿨다. 왕샤오추는 차이나유니콤 회장으로, 챵샤오빙은 차이나텔레콤 회장으로 각각 자리를 옮겼다. 샹빙 신임 회장과 마찬가지로 중국 공업정보화부 부부장 출신인 시궈화 전 차이나모바일 회장은 올해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국영 통신 3사가 경영진을 동시에 교체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보도했다. 업계 역시 현재 중국 통신산업이 고속 모바일 서비스와 해외 진출 등 급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이런 인사가 단행된 것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중국에서 국영 기업의 수장은 중앙 정부의 요직과 동급으로 취급돼 당국이 인사도 직접 관장하고 있다. 3대 국영 통신사 회장직 역시 정부 고위직에 해당한다. 그동안은 당 간부들이 돌아가면서 맡는 순환 보직으로 분류됐던 만큼 이번 인사는 시진핑 지도부의 권력기반 다지기 의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당국이 국영기업과 통신업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시도하려는 의도도 내포돼 있다는 분석이다. 텐센트 등 중국 인터넷 기업의 공세로 현지 이동 통신사들은 심각한 실적 부진에 빠져 있다. 이에 당국이 국영기업을 살리고자 구조조정에 나섰다는 것이다.
올 상반기 차이나모바일의 순이익은 537억 위안(약 10조원)으로 전년 대비 0.8% 감소해 8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영업이익은 4.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차이나텔레콤과 차이나유니콤의 영업이익은 각각 4.9%, 3.3%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인터넷 기업인 바이두, 텐센트 등의 실적 증가율은 두 자리 수를 나타내 통신업과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통신사의 부진한 실적에 따라 차이나텔레콤과 차이나유니콤의 인수·합병(M&A)설도 제기되고 있다.
국영 통신사들이 사유기업보다 부진한 실적을 내자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직접 이통사들에 통신·데이터 요금 인하를 요구하는 등 통신업 개혁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3대 국영통신사는 최근 데이터 서비스를 중심으로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4세대 통신망인 LTE를 앞세워 모바일 콘텐츠 소비 촉진과 함께 콘텐츠 판매와 유통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중국 국영기업의 경영진 교체는 통신 외의 분야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 5월 중국 제일자동차그룹인 FAW와 둥펑자동차 회장이 교체된 바 있다. 또 철강 분야의 경영진 교체도 잇따르고 있다.
중국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중앙지도부가 기업 인사권을 쥐고 사업구조 개편 등 개혁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 역시 “시진핑 정부가 국영기업의 실적 부진을 명분으로 인사권을 장악해 강도 높은 압력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