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금사,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가

입력 2006-09-2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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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금융그룹의 한불종금 인수...증권과 합병 여부 관심

한불종합금융이 결국 메리츠금융그룹의 일원으로 합류하게 됐다.

메리츠증권과 화재가 한불종금의 지분을 갖고 있던 한진그룹의 계열사와 1대주주였던 소시에떼 제네럴(SG)의 지분 70.17%를 모두 인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한불종금은 어떤 회사인가

한불종금은 지난 1977년 한진그룹과 프랑스의 소시에떼 제네럴(SG)이 합작으로 설립한 회사로 SG가 1대주주로 있지만 한진그룹의 계열사다.

한진그룹은 조중훈 전 한진그룹 회장이 사망한 후 4형제가 각각 계열 중요회사를 중심으로 그룹이 분리됐다.

조양호(대한항공 계열)-남호(한진중공업 계열)-수호(한진해운 계열)-정호(메리츠화재 계열)회장 등이 각각 그룹을 나뉘면서 지난해 10월 한진중공업과 메리츠금융그룹이 떨어져 나가면서 계열분리됐다.

한불종금은 금융사로 막내인 조정호 회장의 메리츠금융그룹의 몫이었으나, 지금까지 장남 조양호 회장이 경영하는 대한항공 계열 한진그룹에서 지분을 보유해 왔다.

하지만 이처럼 한불종금의 지분을 한진그룹에서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 한불종금은 4남 조정호 회장의 몫으로 인정돼 왔다.

한불종금의 김기범 사장은 한진그룹이 아닌 메리츠금융그룹 회의에 참석하는 등 한불종금의 실질적인 경영은 조정호 회장의 메리츠금융그룹에서 맡아왔다.

장남과 3남 - 2남과 4남으로 갈라져 법정에 서는 등 형제간 갈등이 심화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한불종금에 대해서는 조양호 회장도 조정호 회장의 몫임을 인정해 온 것이다. 결국 이번 메리츠그룹의 지분 인수는 사후적인 지분 정리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 지난해 메리츠금융그룹이 분리되면서 한불종금은 남대문 해운센터에 있던 본사를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로 이전하는 등 한진그룹과의 관계를 끊기 시작했다.

◆종금업계의 미래

이번 메리츠금융이 SG의 지분까지 사들인 것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0년초 종금사들이 퇴출되는 과정에서 한불종금은 SG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왔다. 또 동양종금 등이 계열 증권사와 합병하면서도 한불종금은 메리츠증권보다는 차라리 SG와 합병돼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이 나오는 등 SG의 한불종금에 대한 애착은 대단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 때문에 한불종금 직원들도 예상 밖의 상황이 발생돼 동요하는 분위기다.

한불종금의 한 관계자는 “메리츠금융그룹으로의 편입은 예정된 수순으로 그 시기만이 문제돼 왔던 것”이라며 “그러나 SG가 지분을 포기한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어서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메리츠금융이 SG지분까지 모두 사들인 것은 결국 메리츠증권과의 합병을 위한 수순을 밟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불종금의 단자업무를 증권의 IB업무와 접목하면 메리츠증권은 타 증권사의 IB업무보다 유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메리츠증권도 지분 인수 보도자료를 내면서 “종금의 기업 네트워크를 활용한 증권의 IB부문 역할 확대 등 종합금융기능까지 갖추게 된다. 이를 통해 포괄적인 자산관리 영업 활성화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는 등 합병 의사가 있음을 비추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쉽게 합병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증권과 종금이 합병할 가능성은 반반”이라며 “종금사는 은행과 증권업무가 모두 가능한 상당한 메리트가 있는 업종인데 증권에서 이를 쉽게 포기해 가면서 합병할 가능성이 적어보인다”라고 말했다.

메리츠증권도 종금과의 합병에 대해서 “아직 구체적으로 한불종금을 어떻게 하겠다는 방침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00년 종금사들이 대거 퇴출되는 와중에 금융당국에서는 종금사의 전환을 끊임없이 추진해 왔다는 점에서 메리츠증권과의 합병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영업을 하고 있는 종금사는 한불과 함께 금호그룹 계열사인 금호종금 등 단 두 곳. 금융계에서는 금융당국의 전환요구에도 불구하고 두 곳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한불종금의 뒤에 SG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결국 SG가 지분을 정리하고 나간만큼 한불종금도 자연스럽게 증권으로 합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호종금의 미래는

이번 메리츠금융그룹의 한불종금 지분인수는 금호종금에도 파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호종금은 그룹에 증권사가 없었던 만큼 그룹차원에서 증권사로의 전환여부를 지속적으로 연구해 왔다. 하지만 뒤늦게 증권시장에 뛰어들 경우 경쟁력 약화라는 우려 때문에 이를 주저해 왔다.

그러나 한불종금이 메리츠증권과 합병해 사라지면 유일의 종금사로 남아 영업을 한다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에 증권사 전환 작업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금호종금 관계자는 “우리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꾸준히 증권업 전화 등을 검토해 오고 있다”며 “현재 그룹차원에서 대우건설 인수작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그룹차원에서 금융업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러한 작업은 자통법이 시행되기 전에 마련될 것”이라며 “하지만 이러한 작업이 한불종금의 진로와 연계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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