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주년/ 출산이 미래다] ‘육아 근로 단축’ 6년째 736명 신청… 실효성 없는 정책만

입력 2014-10-0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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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무상보육 등 출산율 제고 이어지진 못해…“女 사회진출 유도하는 체감형 정책을”

우리나라 여성의 결혼과 출산, 이로 인한 경력단절에 따른 실업의 악순환 구조는 단순한 현재 시점의 사회 문제로만 들여다볼 일이 아니다. 이는 곧 한 국가의 인구구조 근간을 흔들고 성장을 멈추게 하는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한국이 65세 이상 인구 7% 이상으로 분류되는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것은 2000년. 현재와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2018년 고령사회(14% 이상)에 접어들고 나아가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20% 이상)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이 고령화 사회에서 초고령 사회에 도달하는 시간은 불과 26년으로 일본(36년), 독일(77년)에 비해서도 훨씬 빠른 속도로 인구 고령화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기업이 저출산 극복과 여성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애를 쓰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 여성들이 느끼는 체감 만족도는 그다지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1·2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일·가정 양립 정상화 △결혼·출산·양육 부담 경감 △아동·청소년의 건강한 성장환경 조성 등 3대 분야 100여개의 과제를 추진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8년간 이 계획에 투입한 예산만 100조원이 넘는다. 특히 평균 10조원이 넘는 예산이 저출산 분야에 쓰였다.

영유아 보육·교육비 예산은 2011년 4조8000억원, 2012년 7조4000억원, 지난해 10조4000억원으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저출산 예산(14조400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1.9%나 됐다.

정부는 출산율 제고와 함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확대, 무상보육 도입 등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각종 정책 역시 쏟아냈다. 지난달 18일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양질의 시간 선택제 일자리 지원을 5000명에서 1만명으로 확대하고 출산 휴직 중인 비정규직 여성의 고용 안정성 강화를 위해 재고용 지원 역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으며 더욱 가파른 속도로 저출산율을 기록하고 있고, 여성 고용률 역시 고용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합계 출산율은 1.19명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국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다. 이 수치가 1.30보다 낮으면 ‘초저출산국’으로 분류한다. 저출산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는 모습이다.

통계청이 26일 발표한 ‘2013년 출생 통계(확정치)’를 보면 지난해 태어난 아이는 43만6500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9.9%나 감소했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일컫는 조출생률은 8.6명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는 아기 울음소리가 가장 적었던 2005년의 조출생률(8.9)보다도 0.3이나 낮은 수치다.

30대 여성의 경력단절 역시 여전히 진행형이다. 여성인력개발센터연합이 최근 발표한 ‘경력단절여성의 노동시장 참여형태’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기준 경력단절여성은 195만5000명으로 전체 기혼여성(971만3000명)의 20.1%를 차지했다. 이는 2년 전인 2011년의 190만명보다 2.9% 증가한 수치다.

경력단절여성의 근무 형태는 1년 미만 임시계약직이 52.3%를 차지한 반면 정규직은 25.2%에 불과했다. 또 1년 이상 상용계약직은 22.5%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경력단절여성의 임금 수준은 월평균 92만원으로 이들의 희망급여 122만원보다 30만원 적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지난해 30대 중반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55.5%로, 2000년(59.3%)보다 되레 하락세를 보였다. 이는 결혼·육아로 인해 직장을 포기한 경우가 늘어난 것을 뜻한다.

현실과 동떨어지는 대책으로 예산만 낭비한다는 지적도 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가 대표적인데, 이 제도는 육아휴직 대신 주 15~30시간 단축근무를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2008년 도입됐다. 6년이 지났지만 지난해 고작 736명이 신청했을 정도다.

정부의 저출산 해소 대책이 위기에 봉착하면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정책의 새 틀을 짜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백선희 서울신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000년대 중반부터 정부가 본격적인 출산정책을 펴면서 행정력과 예산 등을 총동원했지만 이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우선 정부가 그동안 노력에 대한 성과가 무엇인지 냉정히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백 교수는 “구체적으로 출산율 증가가 왜 안 됐는지에 대한 원인 분석이 중요하다”며 “정부는 상당히 의지를 갖고 출산 정책을 펴온 것 같지만 선거와 맞물리면서 디테일한 고려 없이 정책이 도입되는 경향이 짙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최근 정부가 내놓은 일·가정 양립 정책을 통해 10년 전과 비교하면 여성들의 부담이 줄어들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일갈했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정책의 정치화를 지적했다. 그는 “무상보육이 정치권 이슈로 활용되면서 보육분야 재정지원이 급증했지만 저출산 극복에는 효과가 없었다”며 정책 효율성 제고를 제안했다.

민간보육정책연구소 장진환 자문위원은 앞으로 저출산 정책의 해결 방안으로 여성의 사회 진출을 유도할 수 있도록 유럽과 같이 출산 휴가제도를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장 위원은 “출산 휴가 기간 육아에 힘을 쓰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불이익이 없어야 하며 대신 국가공무원, 중견기업은 2년, 영세기업은 1년 이렇게 기업의 여건을 고려해 시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장 위원은 △중고등학교 교과과정을 통한 출산 육아 인식 교육 △대통령 직속 저출산에 대한 위원회 설립 △3번째 자녀에 대한 진학, 취업의 특혜 등 사회적 지원 정책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윤희숙 KDI 연구위원은 저출산 해소 대책으로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충분한 노동력과 재정기반을 확보하려면 여성 고용률 제고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여성인력 활용을 확대해 고용률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또 윤 위원은 “시설에 대한 공적 지출의 투명성과 책임성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삼식 보건사회연구원 인구정책연구 본부장은 “저출산 예산액은 보육·교육비를 전액 지원하는 대상이 확대되면서 2012~13년에 급격하게 늘었지만 인구정책 자체의 성과들이 출산율(인구조절정책의 성과)과 여성고용률(인구대응 정책의 성과) 제고로 이어지진 못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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