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무 등기이사 재직 S-LCD 밀어주기 분석
삼성전자의 PDP TV사업이 외면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TV사업부문에서 LCD TV를 주력으로 내세우면서 PDP TV는 찬밥신세로 전락시키고 있어 그 배경이 뭔지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LCD TV에 대한 신규브랜드 2개를 런칭시키고 관련 신제품을 대거 출시하는 한편, PDP TV와 비교해 LCD TV의 우월성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또한 패널공급가격 하락으로 인한 디스플레이 업종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LCD패널제조라인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며 매출 비중을 늘리는 등 주력 제품으로 키워나가고 있다.
반면 PDP TV는 오는 12월에나 삼성SDI와 손을 잡고 추진한 `W2 프로젝트'의 첫 합작품이 나올 예정으로 상대적으로 외면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LCD TV 밀어주기에 대해 관련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이재용 상무 밀어주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주장을 내세운다.
이재용 상무가 등기이사로 있는 S-LCD가 생산하는 LCD 패널 가운데 소니측 수요물량의 50%를 제외한 전량을 삼성전자가 제조하는 LCD TV로 흡수되고 있기 때문이다.
◆ 보르도ㆍ모젤 LCD TV 브랜드 마케팅 강화…매출비중 LCD TV 역전
삼성전자는 지난 8월말 새롭게 풀 HD LCD TV인 LCD TV ‘모젤’시리즈를 선보였다. 상반기 프랑스 유명 레드 와인생산지인 '보르도'지역을 명명한 브랜드를 선보였던 삼성전자가 이번에 독일 모젤 지방의 유명 화이트 와인 명을 별칭으로 한 LCD TV를 다시 선보이게 된 것이다.
이번 신제품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40인치대 이상의 대형 풀HD LCD TV 라인업(40ㆍ46ㆍ52ㆍ57인치)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또한 삼성전자측은 내년에는 70인치대의 풀HD LCD TV도 내놓을 계획이다. 이로써 40인치, 50인치 등 비교적 대형 TV라인에 대해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던 PDP TV의 설 자리가 좁아진 셈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TV 판매 추이에서도 이러한 상황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삼성전자의 40인치대 평판 TV에서 40인치 LCD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3ㆍ4분기 이후 4분기 동안 1.4%, 1.6%, 3.1%. 7.5% 등 10% 미만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 3ㆍ4분기 이후 13.9%, 21.6%, 37% 등 빠르게 수직 상승했다. 특히 지난 2ㆍ4분기에는 총 24만6000여대의 40인치 LCD TV를 판매, 40인치대 평판 TV 시장에서 PDP TV(24만7000여대)를 1000대 미만 차이로 추격했다.
이는 점유율로 계산하면 49.9%에 달하는 것으로 삼성전자의 경우 이번 3ㆍ4분기에 LCDㆍPDP TV를 동시에 판매하는 기업 중 가장 먼저 40인치대에서 LCD TV를 더 많이 판매하는 기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측은 “지난 상반기 TV부문 매출 비중이 이미 LCD TV가 40%로 30%인 PDP TV를 제쳤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또한 신제품에 대한 대거 출시와는 별도로 PDP TV와 비교하여 LCD TV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도 열중하면서 PDP진영의 적잖은 반발도 부닥뜨리고 있다.
얼마 전 석준형 삼성전자 LCD총괄 부사장은 매주 화요일 오후에 열리는 화요포럼에서 기자들에게 “일반적으로 LCD·PDP TV의 전력소모량이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험결과 LCD가 전력량이 평균 34% 적게 소모됐다"며 LCD TV의 절전 우위 결과를 공개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삼성전자 LCD연구소가 일본 샤프의 65인치 LCD TV와 마쓰시타의 65인치 PDP TV를 대상으로 6시간 평균 소비전력을 측정한 결과, LCD가 518W(와트)인 데 비해 PDP는 780W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석 부사장의 주장에 대해 PDP업계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강력하게 부인하고 나섰다.
우선 외산 TV인 비교대상들은 국내 업체들이 출시도 하지 않은 65인치인 것부터 잘못됐고, LCD는 백라이트를 쓰기 때문에 전력소모가 일정하지만 PDP는 어두운 화면에서는 LCD의 4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지는 등 화면에 따라 오히려 절전효과가 높다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일본 등 해외에서 “PDP TV 전력소모량이 LCD보다 많지 않다”는 공식 조사결과가 잇따라 나오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주장을 전면 뒤집는 조사결과다.
◆ LCD TV사업 성공은 이재용 상무의 경영능력 검증 시험무대
삼성전자가 이처럼 업계의 반발을 감수해 가면서까지 LCD TV의 밀어주기에 나선 데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이자 S-LCD 등기이사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힘을 받고 있다.
삼성의 후계 구도는 전략기획실(옛 구조본)을 통해 오랜 준비를 거쳤지만 본격적인 진행은 2004년 7월 이후부터로 재계는 보고 있다. 삼성 이건희 회장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는 7월 15일 삼성전자와 일본 소니의 합작사인 S-LCD의 등기이사로 등재돼 공식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
S-LCD는 자본금 2조 1000억 원의 거대 회사다. 이 S-LCD는 7월 15일 충남 아산시 탕정면에서 이 상무가 참석해 공식 출범했다. 이사회는 공동대표이사인 장원기 삼성전자 부사장과 소니쪽 나카지와 게이지를 비롯해 이윤우 부회장, 이상완 LCD총괄 사장, 이재용 상무 등 삼성쪽 4명과 일본쪽 4명으로 구성됐다.
이 회사의 지분 구조는 삼성전자가 50%+1주, 소니가 50%-1주를 보유하는 형태로 2005년 2월부터 TV용 LCD를 생산해 삼성과 소니에 반반씩 공급하고 있다.
사실 탕정LCD단지는 이재용 상무의 후계와 밀접하게 맞물리고 있다. 이 상무가 삼성에 들어와서 시작한 첫 사업이 S-LCD사업이기 때문이다. S-LCD를 통해 이재용 상무는 가장 확실한 경영능력을 공개 검증받는 시험무대인 셈이다.
과거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1970년대에 한국반도체를 인수해 반도체 호황으로 떼돈을 벌어 후계 구도를 완성한 전력을 보면 더욱 그렇다.
삼성전자가 PDP TV를 제쳐놓고 LCD TV에 주력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삼성전자가 이재용 상무가 등기이사로 있는 S-LCD의 패널을 많이 사줘야 하기 때문이다.
LCD 사업은 1개 라인 건설에 2조원 가량 투입되는 대규모 투자 사업이다. 삼성전자로선 세계 1위의 TV제조업체인 소니와 합작을 통해 안정적 수요처를 확보하면서 투자위험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만들어 놨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최근 8세대 라인공장 부지와 건물공사비를 포함해 1조 8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어서 위험은 계속 상존하고 있는 상태다. 향후 2010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해 4개 라인을 더 증축한다는 투자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S-LCD는 소니라는 글로벌 기업의 판매망을 잡은 것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의 전폭적인 지지도 함께 받은 후광을 누리고 있는 것도 이재용 상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 상무는 S-LCD의 성공 여부에 따라 향후 후계자로서 경영능력을 인정받게 되는 것과 동시에 등기이사란 직함을 통해 이미 상당한 현금 상속을 노릴 수 있다. 실제로 이재용 상무의 S-LCD 등기이사 등재 당시의 삼성전자 등기이사 평균연봉은 이미 58억원이 넘어선 상태였다.
<사진설명: 2004년 S-LCD 출범 기념식에서 참가한 이재용 상무. 오른쪽에서 4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