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1일 경제 활성화 법안 처리가 지연되는 데 대해 가장 격한 단어로 불만을 쏟아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것을 전부 정부 탓으로 돌릴 것이냐”며 “정치권 전체가 책임을 질 일이라고 생각한다. 관련 수석들은 여야와 국회를 설득해 경제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도록 매일같이 확인해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치가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이지, 정치인들이 잘 살라고 있는게 아닌데 지금 과연 정치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있는 것인가 자문해봐야 할 때”라며 이 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은 특히 “경제활성화 법안 중 청년들이 바라는 일자리를 만들 방법이 법안에 많이 있다”면서 “그것만 통과되면 일자리가 생길 수 있는 게 보이는데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으니 모든 사람들의 가슴이 시커멓게 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과 관광객들은 얼마든지 좋은 나라로 갈 기회가 있다”며 “우리 스스로 손발을 꽁꽁 묶어놓고 ‘경제가 안 된다’고 하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관련제도가 획기적으로 바뀌어 발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가계소득을 늘리고 확실한 내수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모든 정책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면서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모든 정책들도 정치권과 국회에서 초당적 협조를 해줘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에 계류된 투자활성화, 부동산 정상화, 민생안정법안이 통과돼야 경제활성화가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다”며 주요 법안을 일일이 열거하며 설명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먼저 “서비스산업의 체계적 육성을 위해 정부가 재정과 금융, 인력양성을 지원하는 법, 해외 관광객이 급증하는데 턱없이 부족한 숙박시설을 확충하는 법, 아이디어만 있으면 온라인상에서 다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법 등은 창업가를 위해 어떻게든 통과시켜야 한다”고 했다.
또 “크루즈 한척이 취항할 때 900명의 신규 채용이 가능하고 연간 900억원의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법이 통과돼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국회에 알려야 한다”며 “마리나 항만구역에 주거시설을 도입해 민간투자를 촉진하고 규제를 완화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법, 경제구역내 과도한 제한에 따른 개발사업 지연을 방지하고 투자를 활성화하는 법 등이 통과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우리 보험사가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외국환자를 한국의료기관 고객으로 모셔오는 유치활동을 하는 법, 임대소득의 불확실성을 해소해 임대차시장을 활성화하고 월세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은퇴자 등 생계형 임대인의 생활을 지원하는 소득세법도 통과돼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월세 세입자의 주거비부담을 경감하고 공공임대 주택을 확대해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법도 시급하며 주택가격 급등 이후 도입된 과도한 규제인 분양가 상한제를 지역실정에 맞게 탄력적으로 개선하자는 법도 통과돼야 한다”면서 “주택가격이 급등할 때 만들어진 법이 부동산활성화가 시급한 상황인 아직(지금도) 있다는 것은 통탄할 일로 빨리 재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이밖에 정부조직법과 이른바 김영란·유병언법 등도 8월 임시국회 회기 중 처리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이런 박 대통령의 격정토로에 여야 공히 얼마나 반응해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