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저축 감독 ‘녹슨 칼’ 전락

입력 2006-08-21 13:48수정 2006-08-2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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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일부터 증권사 임직원 타증권사 계좌개설 금지…시행일ㆍ매매내역 보고의무 등 완화 당초 취지 퇴색

오는 10월2일부터 증권사 임직원들은 증권저축계좌를 통해 주식 매매를 할 때는 소속 증권사에 개설된 자기명의의 계좌에서만 매매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현재 타인 명의로 개설해 놓은 계좌는 오는 11월2일까지 자기명의로 바꿔야 하고, 타 증권사에 계설해 놓은 증권저축계좌내 주식은 올해말까지 소속 증권사 계좌로 옮겨놔야 한다.

금융감독당국이 증권사 임직원들이 증권저축계좌를 불법, 탈법적 주식투자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하지만 당초 감독당국이 제도개선 계획을 발표할 당시에 비해 시행시기가 상당기간 늦춰졌고, 임직원들의 매매내역 보고의무도 완화돼 무뎌질 대로 무뎌진 ‘녹슨 칼’을 휘두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위원회 및 금융감독원, 증권업협회 등은 최근 증권사 임직원의 증권저축계좌에 대한 ‘내부통제기준 표준안’을 마련, 오는 10월2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973년 도입된 증권저축은 세제 혜택이 없어져 일반인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고, 현재 금융감독당국과 증권선물거래소, 증권사 임직원들이 연봉의 50% 한도 내에서 합법적으로 주식(주식관련사채, 주식워런트증권 ELW 포함)을 매매하는 계좌로 이용되고 있다.

이번 표준안은 오는 10월2일부터는 증권사 임직원들이 증권저축계좌를 통해 주식 매매를 할 때는 소속 증권사에 개설된 자기명의의 계좌에서만 가능하도록 했다. 개설한 뒤에는 즉시 사내 준법감시인에게 계좌명, 계좌번호, 계좌개설점 등을 신고해야 한다.

이에 따라 현재 타인 명의로 증권저축계좌를 갖고 있는 증권사 임직원은 시행일로부터 1개월 이내인 오는 11월2일까지 자기명의로 바꿔야 한다. 특히 타 증권사에 개설한 계좌에 들어있는 주식을 올해말까지 본인 명의로 개설한 계좌로 옮겨놔야 한다.

증권업협회 관계자는 “타 증권사에 개설한 증권저축계좌내 주식에 대해서는 현재 증권저축계좌간 주식 이동을 금지하고 있는 금감위 증권업감독규정 개정일로부터 3개월간 유예기간을 뒀다”며 “오는 9~10월경 규정을 개정할 예정이어서 증권사 임직원들은 올해까지는 소속 증권사에 개설된 본인 명의 계좌로 대체해 놔야 한다”고 말했다.

매매거래 내역 보고의무도 생겼다. 기한은 각 반기가 끝난 후 다음달 말일 까지다. 매매종목도 증권선물거래소가 지정한 이상매매종목이나 정리매매종목, 준법감시인이 정한 불공정거래 우려 종목은 매매하지 못한다.

준법감시인은 반기별로 1회 이상 임직원의 매매거래내역을 분석해 관계법령 위반 또는 이상매매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 또 증권사 지점장은 지점에 개설된 회사 임직원 명의 계좌에서 법규 위반이나 이상매매가 발생하면 즉시 준법감시인에게 보고해야 하고, 준법감시인은 매매거래의 적정성 여부를 즉시 조사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표준안은 당초 감독당국이 제도개선 계획을 발표할 당시 칼날을 세웠던 것과 달리 그 취지가 상당히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초 감독당국은 지난 6월16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증권사 임직원이 증권저축 제도개선 방침을 발표하면서 표준안 시행시기를 올 7월로 밝힌 바 있다. 3개월이나 늦춰진 늑장 시행인 셈이다.

또 매매거래내역을 준법감시인에게 보고하는 회수도 분기별에서 1년에 2번꼴인 반기별로 상당히 완화됐다. 게다가 투자금액을 1억원 이하로 제한하려던 방안도 재산권 침해라는 명분에 밀려 무산된 바 있다.

증권저축계좌는 지난해 전체 41만6000여개 중 투자금액 1억원 이상인 ‘큰 손’ 계좌가 0.6%인 2500여개에 이르고, 지난 한해동안 주식매매를 100회 이상 했던 단타성계좌도 5000여개에 이르는 등 증권사 임직원들이 증권저축 계좌를 불공정 주식거래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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