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프포춘도 100만주 처분 … 올들어 우호지분 5%이상 감소
[자분변동] 현대상선 경영권 방어를 위해 현대그룹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케이프포춘(Cape Fortune B.V)이 현대상선 지분 매각에 나섰다. 올 들어 현대그룹이 파생상품을 통해 확보한 우호지분들이 속속 파생계약 해지에 나서면서 현대그룹의 현대상선 경영권 방어에 비상등이 켜졌다.
12일 투자은행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케이프포춘은 5월 26일부터 5거래일에 걸쳐 보유 중이던 현대상선 주식 100만주(0.59%)를 처분했다. 1주당 매각 단가는 9545원~1만308원으로 100만주를 다섯 차례에 걸쳐 장내매도 방식으로 정리했다.
케이프포춘은 2011년 말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 주식 300만여주 대한 공동보유계약을 맺었다. 케이프포춘이 매각하는 주식의 처분가액에 총배당금을 합한 금액이 총가상취득가액보다 클 경우 케이프포춘은 현대엘리베이터에 그 초과액을 반납하고 처분가액과 총배당금 합이 총가상취득가액보다 작을 경우 현대엘리베이터가 그 차액만큼 보전해주는 조건이다.
현대상선 경영권 방어의 지대한 역할을 해온 케이프포춘이 올 연말 파생상품 계약 만기를 앞두고 적극적인 지분 매각에 나서면서 현대상선의 경영권 방어에 대한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2006년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에 대한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현대상선 지분을 보유한 여러 금융사들과 파생상품 계약을 맺어 우호지분으로 확보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이 금융사들이 잇달아 파생상품 계약을 정리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에는 교보증권, 메리츠종금증권이 주식스와프(TRS) 계약을 만기 정산했고 3월에는 NH농협증권이 현대그룹 주요 계열사 신용등급 하락을 이유로 TRS 계약을 해지했다. 우호지분은 올해만 약 5.38% 줄었다.
6월 11일 기준으로 현대상선의 최대주주는 23.73% 지분을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이며 현정은 회장(1.70%) 등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포함하면 현대그룹은 27.14%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Nexgen Capital(2.51%), Market Vantage Limited(1.73%), 대우조선해양(1.69%), 케이프포춘(0.61) 우호지분을 합하면 34.26% 정도다.
범현대가(현대중공업, 현대건설, 현대삼호중공업)가 확보하고 있는 현대상선 지분은 26.56% 수준이다. 현재 5%가 조금 넘는 우호지분이 이탈할 경우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소지가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현대엘리베이터 측은 2011년 계약 만기 때와 다르게 파생 계약연장 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올 초부터 파생계약 부분을 정리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케이프포춘이 엑시트 움직임을 보이면서 현대엘리베이터의 파생상품 계약에 따른 손실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케이프포춘이 현대엘리베이터와 맺은 파생상품 계약 조항에 따르면 처분가액에 배당금을 합한 총액과 취득가액의 차이를 보전해야 한다. 총가상취득가액은 2008년 1월 29일 이전 15거래일 간의 가중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계산한 금액에 2008년 1월 29일부터 정산금 지급일까지 연복리 7.5%를 반영한다.
2008년 1월 28일 이전 15거래일 평균 주가는 3만6000원대로 100만주에 대한 가상취득가액은 약360억원, 금리 206억원까지 포함하면 총가상취득가액은 560억원수준을 넘는다(배당금 제외). 케이프포춘이 이번 장내매각으로 손에 쥔 현금이 99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케이프포춘에 대략 400억원 이상을 보전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조항에 대해 케이프포춘은 2014년 1월 1일부터 2014년 12월 31일까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즉 현대상선 주가가 현재 1만원내외 수준을 유지하고 올해 말 파생상품 계약 만기를 앞두고 있는 케이프포춘이 나머지 200만여주에 대해 올해 말까지 전량 추가 매각에 나선다면 현대엘리베이터가 보전해야 금액은 1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