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침체로 발행가 급하강…현대․미래에셋 등 수수료 급감…실권주 대량 인수 부담도 커져
증시 침체로 증자를 추진중인 상장사들이 자금조달 규모가 대폭 축소될 것을 우려하는 것 못지않게 ‘총액인수’를 맡은 주간 증권사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총액인수’란 증권사가 발행사의 신주 발행업무만을 중개하는 ‘모집주선’과 달리 주주 또는 일반투자자 청약에서 발생한 실권주를 전량 인수하는 것을 말한다.
약세장 탓에 발행사의 주가가 약세 흐름을 면치 못하면서 발행금액이 큰 폭 줄어 증권사들의 수수료 또한 급감하고 있다. 나아가 투자심리 위축으로 일반공모 후 최종 실권주를 막대한 자금을 들여 대량으로 떠안을 소지도 커지고 있다.
◆증시 침체 증자 ‘총액인수’ 증권사 ‘불똥’=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가증권상장사 중 주간 증권사와 ‘총액인수계약’을 맺고 유상증자(하단 유가증권시장 총액인수 유상증자 현황 표 참조)를 진행중인 곳은 신일산업(002700)과 한올제약(009420) 등 2곳이다. 각각 현대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주간사를 맡고 있다.
‘총액인수’는 발행사 입장에서는 실권으로 인한 자금조달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는 대신 주간 증권사는 이 같은 위험을 안아야 하기 때문에 ‘모집주선’에 비해 수수료가 비싸다. 이번에 현대와 미래에셋은 발행금액 대비 정률제로 계약을 맺고 각각 발행금액의 3%, 2.5%를 수수료로 받게 돼있다.
하지만 수수료 수입은 당초 기대치에는 한참 못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증시 침체로 발행사 주가가 이사회 결의 이후 주가가 약세를 보이면서 최종 발행가가 예비발행가에 비해 크게 하락, 발행금액이 큰 폭 발행금액이 대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코스닥 상장사이기는 하지만 레인콤(060570)의 경우를 보면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레인콤은 현대증권과 총액인수방식으로 378만주 규모의 유상증자(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를 진행중으로 4일, 15일 주주청약 후 실권주에 대한 일반공모를 앞두고 있다. 현대는 이번 증자에서 발행금액의 1.75%를 수수료로 받는다.
◆발행사 주가 하락으로 발행가 하향→수수료 급감=레인콤의 발행가(할인율 25%)는 예비 8450원→1차 6650원→2차 5970원으로 낮아지면서 최종 5970원(1, 2차 발행가 중 낮은 가격)으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예비발행가 때 319억원이던 발행금액도 최종 226억원으로 감소, 현대는 수수료가 당초 5억5900만원에서 1억6400만원 가량 줄었다.
1073만4199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를 진행중인 신일산업(발행가 할인율 30%)의 경우는 1차발행가가 확정된 것 만으로 현대가 받을 수수료의 30.9%가 날아가 버렸다.
지난 13일 결정된 1차발행가가 670원으로 예비발행가 970원을 밑돌면서 발행금액이 104억원에서 72억원으로 축소, 수수료 또한 3억1200만원에서 2억1600만원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700만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에 나선 한올제약은 지난달 25일 1차발행가(할인율 30%)가 1010원으로 나왔다. 예비발행가 1195원에 비해 15.5% 낮아졌다.
당연히 발행금액도 84억원에서 71억원으로 줄었다. 미래에셋이 받게 될 수수료도 당초보다 3238만원 줄어든 1억7675만원으로 감소했다. 게다가 지난 4월 중순까지만해도 2100원~2300원대였던 한올제약 주가가 지난 13일 현재 1265원인 점을 감안하면 주주청약 직전 3거래일에 확정되는 최종발행가가 1차발행가보다 낮아질 수도 있어 현 수수료도 줄어들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최종 실권주 대량 인수 부담도 커져=특히 더욱 우려되는 것은 발행사의 주가가 약세 흐름을 지속한다면 일반공모 후 최종적인 실권주를 주간사가 대규모 자금을 들여 인수해야 할 처지에 놓일수도 있다는 점이다.
레인콤은 지난 7일, 8일 실시된 주주청약 결과 모집주식의 16.01%에 달하는 60만5359주의 실권주가 발생했다.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있을 일반공모에서 단 한 주의 청약도 이뤄지지 않으면 현대는 36억원 가량을 들여 이를 인수해야 한다.
그나마 미래에셋은 한올제약 실권주를 인수하게 될 경우 인수금액의 10%를 추가수수료 받을 수 있도록 해놓고 있지만 현대는 신일산업이나 레인콤에서 이 같은 안전장치 마저 없다.
모 증권사 기업금융팀 관계자는 “지난달 중순이후 증시가 싸늘하게 식으면서 총액인수 주간 증권사들에게 모집주선에 비해 짭짤한 수수료를 챙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보다는 실권주 인수 등의 리스크가 더 부각되고 있다”며 “심하면 인수 주식으로 인해 평가·처분손실까지 입을 개연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