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덩굴손, 기호로 읽다 -나종주 도봉세무서 조사과장

입력 2014-05-0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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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쇼날 지오그라피 채널에서
자연다큐멘터리 고속 영상을 본다

양지쪽 흙 담장 덩굴장미가
발등에 눈 녹여 마중물을 붓자
들숨 날숨, 밑동에서 땅기운이 솟구친다
불거져 나온 빨간 부리들
탁탁, 진공 상태의 하늘에 구멍을 쪼고 있다
쪼면 쫄수록 깊어가는 궁리,
덩굴손 슬며시 뻗어 허공을 움켜쥔다

담장 아래 배 깔고 퍼져 있는 황구
숭어리 숭어리 열린 강아지들이
퉁퉁 불은 어미젖을 쪼고 있다
밀고 당기며 젖꽃판을 물고 있는 새끼들
녀석들도 덩굴을 키우고 있을까
기지개 펼 때마다 벙긋벙긋 늘어난다
허기진 어미가 새끼 털고 일어서자
네 다리 사이 쭈그러진 꽃망울
출렁, 바닥에 닿을 것 같다

독거노인이 흙 담장에 줄을 매고 있다
덩굴장미를 일으켜 세운다
하늘 움켜쥐고 있던 덩굴손 끝에서 배시시 내미는
배냇니, 햇살 베어 물고 눈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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