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독립영화 부문에서 최단기단 최다관객을 동원한 영화 ‘한공주’(제작 리공동체영화사, 제공 리공동체영화사 FRAGARA CO. 박지훈 HONG KA, 배급 무비꼴라쥬, 감독 이수진)의 명대사가 화제다.
‘한공주’는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모든 것을 잃고 쫓기듯 전학을 가게 된 공주(천우희)가 아픔을 이겨내고 세상 밖으로 나가려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평생을 간직해야 할 깊은 상처를 가진 한 여학생의 담담한 표정 너머로 나오는 꾸밈없는 대사들은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과 크나큰 울림을 전하며 회자되고 있다.
#1. 공주에겐 음악이 종교와 같은 거구나?
영화의 시작과 함께 깊은 어둠 속 관객들은 공주의 내레이션을 먼저 만나게 된다. “조용히 머리 속으로 음계를 그리면 눈앞에 모든게 순간 음표로 바뀌어. 그리고 노래가 시작돼. 숨소리, 발자국소리, 바람소리, 철 긁는 소음까지도 괜찮다 괜찮다 하면서 그 땐 외로움도 슬픔도 두려움도 잠시 잊어”라고 한숨을 토해내듯 내뱉어지는 대사들은 이 어린 소녀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손잡을 이 하나 없는 소녀가 마치 종교와 같이 노래를 통해 스스로 상처를 감내하고 보듬어야 하는 슬픈 현실을 엿볼 수 있는 대사이기도 하다.
#2. 왜 그렇게 수영을 열심히 배워?
공주는 예기치 못한 사건을 겪은 후 절망에 빠지기 보다는 누구보다 강한 의지로 살아가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수영을 배우는 것이다. 마지막 강렬한 엔딩 장면에서 왜 수영을 배우냐는 친구의 물음에 “다시 시작해보고 싶을까봐. 내 마음이 바뀔 수도 있으니까”라며 조심스레 말하는 공주의 내레이션에서 자기를 깊은 심연 속으로 내모는 어른들과 차가운 세상의 시선을 온전히 자기 힘으로 헤쳐 나가려는 공주의 의지를 들여다 볼 수 있다.
#3. 전 잘못한 게 없는데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부당함과 모순이 집약되어 있는 대사이자 관객들에게 가장 묵직한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명대사 중 하나는 “전 잘못한 게 없는데요”라는 대사다. 차가운 시선과 서늘한 표정의 어른들에게 둘러싸인 채 앉아있던 공주는 무거운 침묵을 깨고 힘겹게 한마디를 내뱉는다. 잘못한 것이 없지만 또 다시 짐을 싸 어디론가 도망치듯 떠나야 하는 공주가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있던 이 한마디는 관객들, 특히 영화를 보는 어른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이게 만들며 세상의 또 다른 공주들을 향한 마음을 되돌아보게 하는 촌철살인의 한마디로 꼽히고 있다.
가슴을 쿵 내려앉게 만드는 울림과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정곡을 찌르는 한마디로 관객들의 가슴에 깊은 잔상을 남기는 ‘한공주’는 개봉 3주차에 접어들어서도 흥행 순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