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회장 후세들 4개월여만에 매입…경쟁적 지분 확대 재현될까 관심
카시트용 직물 및 완구용 직물 제조업체 일정실업의 지배주주 일가의 지분 움직임이 심상찮다. 고희석(77) 회장의 후세들이 4개월여만에 다시 주식 매입에 나서면서 지난 2004년 중반과 2005년 후반 지분 경쟁이라도 벌이듯 주식을 매입하던 행보를 재현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속내야 어찌됐든 지배주주 일가의 주식 매입에 따른 매수 기반 확충으로 일정실업 주가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지도 관심 대상이다.
15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일정실업은 지배주주인 고희석 회장 일가가 지난 8일~11일 자사 주식 0.86%(1만331주)를 사들임에 따라 최대주주 등의 보유주식이 54.12%(64만9434주·하단 일정실업 최대주주 등 소유주식현황표 참조)로 늘어났다고 보고했다.
매수 주체들은 모두 고 회장의 자녀들과 그 후세들로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여 만에 또다시 일정식업 주식 매입에 나섰음을 의미한다.
고 회장 후세들의 이번 주식 매입이 남달라 보이는 것은 일정실업의 남다른 후계 경영구도 속에 지난 2004년 중반과 지난해 후반 경쟁하 듯 주식을 사들이던 모습을 떠올리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정실업 관계자에 따르면 고 회장의 2남1녀 중 맏이인 고동수(50)씨는 지난 1995년 일정실업 기획담당이사를 끝으로 회사 경영에는 손을 떼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장녀인 고정민(48)씨도 경영에는 참여하고 있지 않다. 반면 2남인 고동현(45) 일정실업 사장이 개발부장, 이사, 전무이사 등을 거쳐 아버지의 뒤를 이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 같은 구도 속에서 현재 일정실업 지배주주의 지분(54.31%, 65만1721주)은 고 연구위원 17.17%, 고 사장 13.66%, 고정민씨 5.00%, 고 회장 2.99%, 고 연구위원 자녀 고태원(12)씨 2.95%, 고정민씨 자녀 민준홍씨 1.31%, 김산장학회 10.00%, 임원 김진갑 0.82%, 임원 김종경 0.41%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지배주주 일가의 지분구조가 형성되기까지에는 고 회장 자녀들과 후세들이 경쟁이라도 벌이 듯 주식을 사들이던 행보가 있었다.
시작은 지난 2004년 5월 고 회장이 보유지분 13.82%의 대부분인 10.84%를 고 연구위원 4.17%, 고 사장 4.17%, 고정민씨 2.5% 씩 증여한 직후 부터다.
2개월 뒤 고정민씨가 3만주를 추가 매입, 증여받은 주식을 합해 지분을 5.00% 확대한 데 이어 한달 뒤에는 자녀인 민준홍씨가 1.17%의 지분을 새롭게 취득했다. 그러자 고 연구위원의 자녀 태원씨가 같은 해 8월, 10월 2850주를 매입, 2.40%에서 2.64%로 늘렸다.
이후 한동안 잠잠한가 싶던 고 회장 후손들의 지분 움직임은 지난해 10월에 이르러 다시 한 번 요동치게 된다. 이 기간 고 연구위원이 1.03%를 매입한 것을 비롯해 태원씨 0.15%, 고 사장 1.23%, 민준홍씨 0.06% 등의 추가 매입이 이뤄졌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다시 고 회장 후손들의 3차 주식 매입의 신호탄이 오른 셈이다. 고 연구위원이 지난 8일 3664주 매수에 나서자 고태원·민준홍씨도 각각 2400주, 1000주씩을 사들였다. 지난 10일, 11일에 걸쳐서는 고 사장이 3687주를 추가 매입했다.
이 같은 지배주주 일가의 지분 매입 배경에 대해 일정실업 관계자는 “지분 확대 경쟁을 벌이는 것은 아니고 자금에 여유가 생길 때마다 주가 안정 등의 차원에서 회사 주식을 사들이곤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최대주주인 고 연구위원의 경영일선 복귀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