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기업에도 퍼지는 ‘삼성DNA’

입력 2014-04-0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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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에어릭스 등 삼성 출신 CEO 영입

국내 중소ㆍ중견기업계에 ‘삼성DNA’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많은 중소ㆍ중견기업들이 삼성 출신 최고경영자(CEO)들을 속속 영입하며 진용을 재편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신 트렌드와 전문기술에 밝은 삼성의 경영 노하우를 십분 활용해 경영 효율성을 대기업급으로 끌어올리고자 하는 취지에서다.

1일 일진그룹에 따르면 일진머티리얼즈는 지난달 28일 이사회와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각자 대표이사로 삼성SDI 출신의 주재환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2차전지 핵심소재인 음극집전체용 일렉포일(Elecfoil)을 생산하는 일진그룹의 계열사다.

주 대표는 삼성SDI에서 전사 품질혁신팀장에 이어 셀(전지)사업부 품질혁신, 제조, 기술, 사업부장을 두루 거친 기술통이다. 또한 브라운관 사업부 시절엔 멕시코 법인장을 지내 영업 경험까지 겸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진그룹 관계자는 “조 대표는 2차전지 엔지니어 출신으로 관련 분야에 조예가 깊은 전문가”라며 “영업 경험도 있어 기술과 영업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밝혔다.

일진그룹의 삼성 출신 CEO 영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09년엔 심임수 삼성SDI 부사장을 일진디스플레이 대표이사로 영입한 바 있다. 심 대표는 일진디스플레이의 기술방향을 변화시키며 매출 99억원의 기업을 취임 4년만에 매출 6000억원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심 대표는 지난해 정기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심 부회장 영입으로 재미를 본 일진그룹이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한 일진머티리얼즈에도 삼성DNA를 주입시켜 반전을 노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계에도 삼성 출신 CEO 영입 바람이 거세다. 집진설비를 제조, 설치하는 에어릭스도 최근 삼성전자 출신의 김군호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김 대표는 1984년 삼성전자에 입사 후 유럽본사 전략마케팅 팀장, 글로벌마케팅실 브랜드 그룹장 등을 역임하다 최근엔 아이리버 사장을 지낸 바 있는 마케팅 분야의 전문가다. 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삼성전자에서 해외시장 마케팅ㆍ브랜드 전략을 성공적으로 펼쳤던 경험을 바탕으로 보수적인 색채를 지녔던 에어릭스를 외형적으로 성장시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밖에도 원익아이피에스, 에스넷 등의 중소기업들도 최근 삼성전자 출신 CEO들을 잇달아 영입하는 등 삼성DNA가 국내 중소ㆍ중견기업계에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재계 1위 기업인만큼 삼성 출신 인사들은 이미 검증된 인사로 보는 분위기가 강한데다, 변화에 신속하게 반응할 수 있는 최신 트렌드 정보에도 밝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 디스플레이, 소재 분야 등 삼성만의 전문기술과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중소ㆍ중견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엄청난 경쟁 속에서 퇴직 압박을 받는 삼성맨들과 혁신ㆍ전문 역량이 필요한 중소ㆍ중견기업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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