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충성’고객과 ‘불충’카드사 -박엘리 금융부 기자

입력 2014-03-3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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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3사에서 사실상 전 국민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고객 피해에 대한 보상은 없었다.

KB국민ㆍNH농협ㆍ롯데카드 3사와 금융당국은 2차 피해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개인정보가 털린 고객은 새벽에 스팸문자로 잠이 깨고 금융사기를 당하지 않을까 늘 긴장하며 생활한다. 내 개인정보를 소상히 알고 금융회사 직원 행세를 하는 사기범들에게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게 2차 피해가 아니고 무엇이 2차 피해인가.

말뿐인 사과에도 고객들은 재발급 받는 선에서 카드사의 어처구니 없는 정보유출 사고를 용서하려 했다. 하지만 돌아온 보상은 월 300원의 결제내역확인문자서비스를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게 전부다.

정보는 가공돼 유통되고 있고 이번 정보 유출사고로 인한 피해인지 고객이 증명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그렇다 해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정보 유출 사고를 용서해 준 기존 고객들의 마음부터 달래는 것이 먼저다.

영업정지 기간이 끝난 이후에는 카드사들이 언제 우리가 사고를 냈냐는 듯 신규 고객 유치에 올인할 것이다. 튀는 행동을 했다가 언론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것이 두려워,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하지 못 한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고객에 사죄의 마음을 전달하는 최소한의 성의도 없다.

무이자할부와 같이 체크카드 고객은 혜택을 누릴 수 없는 반쪽짜리 보상책 말고 벚꽃 피는 나들이철을 맞아 카드를 가지고 오면 커피를 무료로 나눠준다든지, 소소한 경품 행사를 한다든지, 고객과 직접 대면해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카드사들이 정보 유출을 막지 못한 데 대해 진정 잘못을 뉘우치고 있고, 고객에게 돌려주려고 하는구나 하고 느낄 수 있게 해주면 된다.

개인정보가 돌고 돌아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이 순간에도 고객들은 해당 카드사 카드로 온ㆍ오프라인에서 결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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