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락 전 중정부장 2남·한화 김승연 회장 자형
지난 2001년 42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중 19억원을 개인적으로 유용,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그동안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칩거 생활을 해왔던 이동훈(58·사진) 제일화재 전 회장의 경영복귀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이동훈 제일화재 전 회장은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의 아들(2남)이자 한화 김승연 회장의 자형으로 세간의 이목을 받아왔다.
불명예 퇴진한 이 전 회장이 최근 제일화재의 경영이 점차 안정되면서 경영 일선 복귀설과 함께 그동안 불화설이 나돌던 한화와의 관계도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화재 관계자는 “이동훈 전 회장에 대한 제재 조치가 올 하반기쯤에는 끝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 확실하게 결정된 사항은 없지만 회사 내부에서 이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근 제일화재는 극심한 침체에서 벗어나 다소 안정을 되찾고 있다. 한때 1000원을 밑돌던 주가는 5000원대를 회복했고 아이퍼스트의 온라인자동차보험도 점차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이동훈 회장은 경영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2002년 온라인자동차보험 도입에 상당한 영향을 행사했으며 여전히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온라인자동차보험 도입에 대해 실무진에서는 1사 2가격 정책은 불합리하다며 반대했지만 이 전회장의 의지가 강해 어쩔 수 없이 아이퍼스트를 출범시켰다. 결과적으로 온라인자동차보험은 제일화재의 이미지를 바꾸는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전회장이 여전히 경영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이동훈 전 회장은 2001년 비자금 사건으로 인해 그동안 경영일선에 복귀가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5년이 지난 올 하반기 제제조치가 풀릴 예정이어서 경영복귀에 가장 큰 걸림돌은 없어지는 셈이다.
◆올하반기 제재 조치 해제
그러나 제일화재 내부에서는 이 전회장이 복귀를 결심한다 해도 개인적인 문제가 있어 실질적으로는 CEO역할을 하면서 형식적으로는 명예회장의 직함을 달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훈 전 회장은 수학과 출신으로 전자공업 쪽에 관심이 많아 한화에서 분가할 때 고려시스템, OPC등 정보통신 업체를 보유했었다.
결국 경영부실로 모두 매각했으며 이 당시 이 전 회장은 거액의 부채를 떠 않게 돼 제일화재 회장 시절에도 정상적으로 급여를 받지 못하는 등 경제적으로는 파산자에 가까웠다.
이번에도 복귀설이 나오고 있지만 부채 때문에 경영일선에 직접 나서기는 힘들 전망이다.
만약 이 전회장이 돌아온다면 현 김우황 부회장을 전문경영인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 전 회장 측근에 따르면 “아직 나이가 환갑도 안 지난 상태고 회사 경영도 점차 나아지고 있어 가끔은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것도 생각하는 눈치”라고 말했다.
현재 제일화재는 김우황 부회장이 전문 경영인으로 있으며 이 전회장의 부인인 김영혜 이사가 이사회 의원장을 맡고 있다. 이 회장의 지분은 공식적으로는 없는 상태이며 김영혜 이사가 21.26%의 지분으로 최대 주주이다.
그러나 부인이 최대주주로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경영 복귀는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회사 측의 공식 반응이다.
이 전 회장은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의 아들이자 한화 김승연 회장의 자형으로 김영혜 이사가 김승연 회장의 누나다.
따라서 이 전 회장을 둘러 싼 가족이야기는 언제나 세인의 관심꺼리이다.
현재 이후락씨는 병세가 악화돼 요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남에서 도자기를 구우며 소일을 하다 최근 급격히 몸이 많이 안 좋아져 현재는 경기도 모처의 아파트에서 간병인과 함께 있다고 한다. 이 전 회장은 차남이지만 현재 장남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다.
제일화재 관계자는 “이 전회장이 이후락씨가 세상을 발칵 뒤집을 수 있는 비밀을 많이 알고 있으면서도 본인은 이 사실을 끝까지 말하지 않겠다고 한 것에 대해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1주일에 서너 번 이후락씨를 만나고 있지만 현재 상태로 봤을 때 병세가 호전 될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한화와 관계 계속 유지할 듯
한편 세간에 나돌던 김승연 회장과의 불화설은 어느 정도 진정된 것으로 보인다. 제일화재는 한화가 신동아화재를 인수하면서 한화와의 특수 관계가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과거 한화의 거의 모든 보험을 취급했던 제일화재는 최근 들어 신동아화재 상당수 한화 계약을 뺏긴 상태이다.
그러나 김승연 회장의 지시로 신규 발생 계약은 신동아화재가, 기존 계약 건은 제일화재가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따라서 한화와 제일화재는 당분간 지속적인 유대관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한편 이동훈 전 회장은 여전히 재계사람들과의 접촉은 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 전회장의 행보에 대해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과거 친분이 있던 재계 사람들과는 거의 만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조정원 경희대 총장과는 자주 만나 시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동훈 전 회장에 대한 회사에서의 평가는 다소 엇갈리는 면이 있다. 금융업을 이끌어 가기에는 성격이 너무 호탕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는 반면 2001년 제재 조치가 DJ 정부 시절 정치적인 문제 때문이지 CEO로서 인덕이나 능력 모자라지는 않다는 의견으로 나뉜다.
이동훈 전 회장은 최근 골프에 심취해 라운딩을 즐기고 있으며 가끔은 평창동 자택에서 청계천을 지나 도보로 회사에 출근하기도 한다고 한다.
이 전 회장은 청계천을 거닐면서 복귀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