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율이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수출기업 대부분이 이미 출혈수출을 하고 있으며 환율이 1달러당 907.0원까지 떨어지면 수출기업들이 사업자체를 포기할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와 주목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6일 수출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환율변화에 따른 수출기업 애로조사' 결과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대한상의는 수출기업들이 원·달러 환율의 적정수준을 1015.7원, 손익분기점 수준을 985.8원으로 보고 있으며 최근 원·달러 환율(* 4월 24일 : 945.0원)을 감안하면 상당수의 기업들이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출혈수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조사대상 기업들은 원·달러 환율이 907.0원(대기업 905.2원, 중소기업 908.0원)까지 떨어지면 사업을 포기하겠다고 답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엔화 환율(* 4월 25일 : 824.6원)의 경우도 손익분기점 환율인 865.5원(대기업 865.1원, 중소기업 865.7원)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어 일본을 주요 시장으로 하고 있는 국내 수출기업들의 채산성 악화 등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 급격한 원화절상으로 수출기업 피해 발생
이에 따라 수출기업들은 매출액, 영업이익 감소 등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 1/4분기 원화절상에 따른 피해규모를 살펴본 결과 매출액 손실은 1개사 평균 5.5억원, 영업이익 손실은 1개사 평균 2.6억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상황은 가뜩이나 유가인상과 원자재 가격상승 등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수출기업들이 환율절상으로 더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 수출가격의 낮은 전가율로 채산성 악화 우려
수출기업들은 급격한 원화절상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환율하락분을 수출가격에는 전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하락 분을 어느 정도 수출가격에 전가했는가’를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들은 평균 4.7%(대기업 4.4%, 중소기업 4.9%) 만을 수출가격에 전가했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수출가격 전가비율이 저조한 이유는 기업들이 환율하락 분을 수출가격에 반영하고 싶어도 세계시장에서 주요경쟁국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실행에 나서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이번 조사에서 기업들은 급속한 원화절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절상에 따른 가장 큰 피해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채산성 악화(50.9%)’, ‘매출액 감소(33.3%)’, ‘외화자산 가치하락(6.8%), ’수출계약 취소(3.6%)‘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한편 이번에 조사된 대부분의 기업들은 최근 원화절상 추세가 단기간에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기업들은 올해 연말까지 원·달러 환율이 평균 918.1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900원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응답도 27.0%에 달했다.
◆ 원화절상에 대한 업계의 대응은 미흡
그러나 원화절상에 따른 피해에도 불구하고 수출기업 대다수가 원화절상 대책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원화절상 대책을 수립한 경우도 주로 ‘수출가격 전가(31.4%)’, ‘은행의 선물환 구입(21.0%)’, ‘환율변동 보험(14.3%)’ 등에 그쳐 정부차원의 보다 근본적이고 제도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기업들은 가장 시급한 정책과제로 ▲환율변동 속도와 폭의 적정한 조절(46.8%) ▲ 세제·금융 등 수출지원책 강화(23.0%) ▲ 원화의 국제결제 통화격상 노력(13.5%) ▲ 기업 환위험 관리능력 지원(7.2%) 등을 요구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최근 원화절상 추세가 지속됨에 따라 수출기업들의 어려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수출기업들이 갑작스러운 환율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환율변동의 폭과 속도를 적절하게 조정하고 특히 해외투자 확대 등을 통해 해외에서 달러 사용을 늘리는 등 외환관리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