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칼럼]단순한 것이 건강하다-이근후 교수

입력 2014-02-2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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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RT AGING을 설명하면서 나는 S자를 Simple이란 단어로 선택했다. 가장 기본적인 말뜻은 단순이다. 이 뜻 외에도 간단한, 검소한, 쉬운, 수월한 등의 뜻도 있다. 또 다른 의미는 성실하고 정직하다는 것도 있다. 순진한, 티 없는 이란 의미도 있는 반면 조금은 부정적으로 들릴 수도 있는 어리석은, 무지한, 그리고 신분이 낮은 사람을 말하기도 한다.

굳이 SMART의 S를 Simple로 찾은 데는 나름 의미가 있었다. 나는 일생동안 정신과 전문의로 후학도 가르치고 찾아오는 환자들을 치료하기도 했다. 이 때의 경험으로 미루어 사람들의 사고(생각)가 복잡하면 신경증이나 정신증을 앓는 것과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신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생각이 복잡하다는 것은 유발요인 중 하나일 수가 있다. 생각이 단순하고 복잡한 것만을 잣대로 정신건강을 논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생각이 복잡하다는 것은 집중력을 떨어트린다. 집중된 생각은 큰 힘이 된다. 집중되지 않는 생각은 흐트러진 실타래처럼 번뇌만 낳는다.

지능부족이란 진단이 있다. 태어나서 성장하면서 지능의 발달이 중지되는 것이다. 지능이 부족하면 복잡한 생각을 하지 못한다. 생각이 단순하고 추상적인 사고 능력이 떨어진다. 이 지능부족의 생각은 단순하긴 하지만 건강하고 집중력이 높은 단순함은 아니다.

반대로 나이가 들어 치매가 걸리면 생각이 아주 단순해진다. 어린애나 지능부족 환자 수준으로 단순해진다. 나이 들어 치매가 걸린다면 단순한 생각이란 점에서는 지능부족과 공통점이 있지만 본뜻은 다르다.

지능 부족이 발달상 지능문제가 있는 것이라면 치매는 일정 부분 성장하면서 완성되었던 지능이 손상을 받아 바보처럼 단순해지는 것이다. 여기에서 단순한 사고가 건강 하다는 주장은 지능부족이나 치매의 단순함과 구분할 수 있다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나이 들면 사고(생각)에도 변화가 있다. 하나는 사고의 흐름이다. 대부분의 경우 특별한 병이 아니더라도 사고연상이 느려진다. 젊었을 때는 생각의 회전이 빨랐던 사람들도 나이 듦으로서 그 흐름이 느려지고 또 기억의 결손과 맞물려 예전 같지 않음을 스스로도 느낀다. 문제는 사고의 흐름만 느려지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내용까지 잡동사니가 된다.

달가운 일은 아니지만 나이 듦과 함께 직면해야할 문제들이다. 생각의 내용이 복잡해지는 유형으로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지나간 일에 대한 완고한 집착이다. 다른 하나는 아직도 일어난 일은 아니지만 미래에 닥칠는지도 모르는 일에 대한 불안과 집착이다.

이 두 집착은 모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오는 생각이다. 줄줄이 엮여 오는 생각이니 복잡하고 비현실적이고 헝클어진 오만 잡동사니일 수밖에 없다. 번뇌일 수밖에 없다.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신만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엄청 피곤하게 만든다.

그래서 Simple을 생각했다. 사고를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단순화로 바꿀 수가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젊어서도 사고의 패턴을 바꾼다고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여러 이론들 가운데는 타고나는 기질(DNA)과 어린 시절 학습된 제2의 DNA는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정론이다. 나이 듦에 따라 성격이 더욱 완고해 지는 이유도 이런 이론들이 설명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Simple이란 사고의 단순화와 집중력에 대해 언급하는 이유는 요즈음의 뇌과학적 연구들이 일차적 DNA나 2차적 DNA도 과거 이론들을 깨고 야금야금 변화가 가능하다는 업적을 내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의 옹고집도 변화 불가능한 사고만은 아니다. 급변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노인도 긍정적인 사고 연상의 반복 학습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 변화의 크기가 비록 가시적으로 적다고 해도 변화가 가능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반가운 일이다. 사고의 단순화 노력은 알려진 바로는 명상이나 참선 등이 추천되고 있다. 이미 노인 반열에 올라 반복학습하기 보단 젊을 때부터 나이 듦을 예견하면서 한번 야금야금 시도해 볼만한 사고의 단순화다.

이근후 이화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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