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거짓 후유증으로 장애급여 부정수급 대거적발…4억달러 피해

입력 2014-01-09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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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뉴욕경찰·소방관 등 106명 기소

9·11 테러수습 과정 등에서 정신질환을 얻었다는 거짓말로 사회보장연급의 장애급여를 타낸 100여명의 전직 뉴욕 경찰과 소방관 등이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고 미국 언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직 뉴욕 경찰 72명을 비롯해 전직 소방관 8명과 구호요원 5명 등 106명이 이번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총 피해액은 4억 달러(약 4300억원 상당)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이번 사건이 장애연금 사기로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로 지난 20년 동안 거액의 혈세가 낭비됐다고 WSJ는 설명했다.

이들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나 불안증세·우울증 등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며 매년 수만 달러의 장애급여를 타갔다. 부정수급액이 50만 달러에 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이러스 밴스 맨해튼 지방검사는 “기소된 사람들 중 상당수가 9·11 테러로 정신질환을 얻었다고 거짓말을 했다”면서 “진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나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이들을 위해 한정됐던 재원을 이들이 깎아먹었다”고 말했다.

밴스 검사는 “범인들이 더 이상 운전을 할 수 없고 잠시 동네를 산책하는 외출도 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실제 생활은 이들의 주장과 달랐다”고 덧붙였다.

기소장에는 범인들이 헬리콥터 비행을 하고 라스베이거스에서 블랙잭 게임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토바이와 제트스키를 탔고 무술 도장을 운영했으며 음악에 맞춰 춤추는 장면을 유튜브에 올린 경우도 있었다.

리처드 코센티노는 전직 뉴욕경찰로 9·11 테러 이후 외출을 하거나 사람들을 만날 수 없다면서 연금을 받았다. 그러나 낚시 여행에서 잡은 대형 물고기를 안고 배 위에서 찍은 사진이 발견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당국은 최근 수년 사이에 급증한 사회보장장애보험 프로그램 사기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사실을 포착했다.

수사 당국은 도청 정보 활용하고 인터넷 활동 감시를 통해 심각한 장애가 있다고 주장한 사람들이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검찰은 사기를 총괄한 주범 4명으로 레이먼드 래벌리(83)·토머스 헤일(89)·전직 뉴욕 경찰인 조셉 에스포지토(64)·존 미네르바(61)를 지목했지만 이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밴스 검사는 “주범들이 연금 신청 과정에서 우울과 불안 증세를 묘사하는 방식과 기억력 테스트에서 불합격하는 방법 등을 가르쳐줬고 옷차림과 몸가짐까지 알려줬다”고 설명했다.

실제 수급자 대부분이 ‘낮에 때때로 존다’와 ‘TV를 친구삼아 켜둔다’ 등의 똑같은 주장으로 연금을 탔다. 급여 신청 지원자들의 필적과 증상을 묘사한 방식도 거의 일치했다.

윌리엄 브래튼 뉴욕 경찰청장은 “기소된 은퇴 경찰들이 9·11 테러 당시 수색과 구조 작업을 벌이다 숨진 이들과 이후 관련 질병으로 사망한 이들에게 불명예를 안겼다”고 비난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의 정확한 규모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거짓 9·11 후유증으로 연금을 부정하게 받은 사람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언론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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