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의원들의 목동야구장 습격사건 [차상엽의 시선]

입력 2013-10-1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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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엽 문화부 차장 겸 스포츠팀장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은 지난 한 시즌을 결산하는 무대다. 많은 야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축제 기간이다.

하지만 남의 축제에 흙탕물을 뿌리는 사람들도 있다. 분위기를 망치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일부 정치인들 이야기다. 넥센과 두산의 준플레이오프가 열린 지난 14일 창원시의회 시의원 7명은 서울 목동구장을 방문했다. 진해 신축야구장 입지 선정과 관련해 KBO와 NC측에 더 이상 행정 간섭을 하지 말라는 결의문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조용히 전달만 하면 됐을 것을 굳이 소동을 일으켰다는 점이다. 방문 이전 이미 서울 도곡동에 위치한 야구회관을 방문했지만 대부분의 관계자들이 목동으로 향해 야구회관에서의 만남이 불발됐다. 현장에서 한 차례 소동을 벌인 그들은 이후 부랴부랴 목동으로 향했다. 창원에서 서울까지 올라 와 번지수까지 틀렸으니 짜증이 났을 수 있다. 이해한다. 하지만 남의 조직을 불시에 방문해 목청을 높이고 다시 야구장으로 옮겨 막무가내식의 행동을 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야구장을 찾는 팬 중에는 어린이 팬도 많다. 애초에 출입카드조차 없고 그렇다고 입장권을 끊은 것도 아니면서 당당하게(?) 입장하려니 보안요원의 제지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무작정 밀고 들어오는 것은 안전상으로도 큰 문제다. 안전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도 없고 지켜보는 수많은 어린이 팬들의 시선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그들에게 경기장 출입은 그저 소리 한 번 버럭 지르면 통과할 수 있는 정도였던 것 같다. 출입카드나 관람 티켓이 있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다.

그러잖아도 야구팬들의 창원시 정치인들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정치적인 논리냐, 지역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냐 등은 사실 중요하지 않다. 야구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서울-부산도 원정응원을 다니는 판에 창원이나 마산에서 진해로 야구를 보러가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문제는 창원시가 약속을 어긴 것이다. 애초에 신축부지를 진해로 결정하고 9구단을 유치했다면 이야기는 다를 것이다. 하지만 차일피일 준공일자가 미뤄졌고 장소도 변경했다. NC를 창원으로 유치한 것은 그들 스스로다. 물론 구장 신축부지를 옮길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타당성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지킬 수 없다면 제대로 된 방법으로 납득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것이 순리다.

최근 영국을 방문했던 전 미국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은 수행원들이 주차위반을 해 주차위반 딱지를 받았다. 그보다 이전에는 미국의 22선 현역의원 찰스 랭글이 83세의 고령임에도 폴리스라인을 살짝 넘어 도로를 침범했다가 수갑을 찼다. 창원시 의원들은 아마 이런 뉴스를 보면서 내심 ‘한국 정치인이 최고야’를 외쳤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알량한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사이 그들에 대한 국민의 믿음은 땅바닥도 아닌 그 이하로 떨어진다는 것을 알지 모르겠다.

차라리 정치를 하면서 하도 욕을 먹어서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그런 행동을 했다면 동정이라도 하고 싶다. ‘정치인’은 없고 ‘정치꾼’만 있다는 말은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꾼’에서 벗어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상식만 지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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