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뉴 플레이어]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 2년…1조원대 진입 후 성장 둔화

입력 2013-10-02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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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롱숏’ 단일전략 한계… 상위 5개사 과도한 쏠림현상도 문제

한국형 헤지펀드가 도입 2년을 맞았다. 지난 2011년 말 헤지펀드를 처음 도입했을 당시 설정액은 1500억원에 불과했지만 불과 2년 새 그 규모가 10배(1조5000억원)로 불어났다. 그러나 롱숏 운용전략에 국한된 투자전략과 투자자 저변 확대 미비로 그 성장세는 주춤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입 2년에 접어든 한국형 헤지펀드는 국내 금융 시장에서 어떤 위치로 자리매김하게 될까.

◇2년새 10배 성장=사전적 의미의 ‘헤지’(hedge)는 ‘울타리를 치다’, ‘손해를 막다’를 뜻한다. 그러나 국내 투자자들에게 헤지펀드는 부정적 상품으로 인식돼 있다. 헤지펀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외환위기 당시 조지 소로스 등 글로벌 헤지펀드 운용사들이 부도 상태에 이른 한국경제의 위기를 자신들의 이익 추구의 기회로 삼았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2011년 헤지펀드가 ‘한국형’이라는 이름을 달고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 2011년 12월 펀드 수 12개, 총 설정액 1500억원에서 지난 6월말 펀드 25개, 총 설정액 1조5000억원 규모로 10배 가까이 성장했다. 전통적 투자수단으로는 기대 수익을 얻기 어려운 상황에서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가 슈퍼리치 등의 관심을 끈 탓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헤지펀드 설정액은 1조원대 초중반에서 증가세가 크게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헤지펀드의 성장 둔화는 운용전략 편중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자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해 투자자 저변이 확대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헤지펀드의 운용전략은 롱숏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롱숏전략은 저평가된 주식을 매수(long)하고 고평가된 주식을 매도(short)해 추가 수익을 내는 운용전략을 말한다. 운용전략 측면에서 2개 이상의 단일 전략을 하나의 펀드에 적용하는 복합 전략펀드의 활용도가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은 롱숏 위주의 단일 전략 펀드가 전체의 73.1%에 달한다.

헤지펀드의 지속 성장을 위해 외부자금 유입이 필수적이지만 지난 6월 말 기준 개인투자 자금은 1600억원가량으로 전체 설정액의 13%에 불과하다. 일반투자자들의 투자금보다 증권사 프라임브로커(헤지펀드 운용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시드 머니(초기 투자금) 위주로 운용되는 등 투자자 저변이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상위 5개 운용사로의 과도한 쏠림현상으로 인한 양극화 현상도 헤지펀드 시장의 균형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상위 5개 운용사가 헤지펀드 설정액의 84%를 차지하고 있다. 브레인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이 각각 설정액 4710억원, 2850억원으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가운데 미래에셋자산운용(1670억원), 트러스톤자산운용(970억원), 신한BNP파리바(790억원)가 뒤를 쫓고 있다.

상위 5개 운용사를 제외한 대다수 중소형 운용사들의 경우 설정액이 각각 500억원 미만에 그치고 있다. 헤지펀드 도입 초기인 현시점에는 대규모 투자자금 유치를 통한 트랙레코드(누적운용실적)가 중요하다. 그러나 기관투자자 유치가 어려운 중소형 운용사의 경우 트랙레코드 축적이 곤란해 향후 시장의 양극화 쏠림현상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규제완화 이뤄지면 레벨업=도입 초기 다양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지만 헤지펀드의 성장세는 앞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슈퍼리치와 기관투자자 입장에서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대안투자를 할 곳이 마땅치 않은 이유다. 특히 가입 문턱을 낮추는 규제완화가 이뤄지면 시장이 지금보다 한 단계 레벨업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서울대 경제학부 안동현 교수는 “국내 헤지펀드 최소 가입 금액은 5억원으로 싱가포르 8만 달러, 홍콩 5만 달러 등 주요 선진 시장과 비교해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가입 금액을 완화하고 기관의 참여를 늘리면 시장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헤지펀드 전략이 다양화되고 재간접 헤지펀드가 출연하는 등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단기적으로 트랙레코드 3년이 채워지는 2015년 말에는 한국형 헤지펀드가 5조원대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이 같은 헤지펀드의 성장세를 앞당기려면 국민연금 등 대형 기관투자자의 자금 유입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연금은 아직까지 한국형 헤지펀드 운용 기간이 짧아 트랙레코드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투자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형 헤지펀드의 장기적 성장을 위해서는 결국 연기금 등 외부자금 유입이 필수적”이라며 “국민연금이 조금씩 대체투자 운용을 확대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 요소”라고 밝혔다.

우리금융투자연구소 이장균 책임연구원은 “기관투자자는 안정적 자산배분을 목적으로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경향이 높으므로 운용사는 보수적 운용전략 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고, 개인투자자에게도 투자 목적에 부합하는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며 “외부자금 유치 활성화를 위해서는 최소 3년 정도 안정적 트랙레코드를 축적해 투자자가 믿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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