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송포유(Song for you)’는 학교폭력, 왕따 등 예민한 소재를 다뤘고, 반성의 기미가 없는 가해자들의 인터뷰와 행동들은 그들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지적을 낳으며 시청자들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이 과정에서 ‘송포유’의 연출을 맡은 서혜진 PD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으며 방송에 출연한 성지고, 서울도시과학기술고 학생들의 신상은 온라인상에서 무분별하게 파헤쳐졌다. ‘송포유’의 기획 의도는 무엇이었고, 지금의 논란이 생긴 이유는 무엇일까.
서혜진 PD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송포유’의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와 논란에 대한 심경을 솔직하게 전했다.
서 PD는 “논란이 된 인터뷰는 아이들이 지금의 대안학교에 오게 된 경위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합창대회를 위해 100일간 함께 한 결과 처음 아이들의 모습과 100일 후 아이들의 모습이 정말 드라마틱하게 변했다. 그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100일간의 일정을 3부에 담으려고 하다 보니 몇몇 인터뷰가 의도치 않게 강렬하게 부각됐다. 현 시대 우리 학교의 다양한 모습을 담고 싶었다. 원래 기획안은 12부작으로 세 개의 학교, 세 명의 마스터를 각각 4회씩 방송하는 것이었는데 편성 문제로 3부작으로 방송됐다. 문제가 된 인터뷰에 앞서 설빈양의 왕따 경험, 우울증, 자살시도에 대한 인터뷰도 먼저 공개됐는데 폭력에 대한 것이 많이 부각됐던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서 PD는 ‘송포유’의 논란이 거세지던 시점, ‘교조주의, 구시대적 발상’이란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다. 이에 대해 그는 그런 표현을 한 것은 맞지만 해당 발언만 언론에 공개되면서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 PD는 “‘왜 피해자에게 사과하도록 시키지 않았냐?’는 질문을 받았다. 학교를 왜 그만두게 됐는지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질문자의 가치를 담아 ‘너 사과해’라고 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느냐는 의도로 그런 이야기를 했다.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것이 교조주의적이라고 한 것이 아니다.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것이 교조주의이자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말한다면 그게 정상인가”라고 말했다.
서 PD는 또 성지고 학생의 폴란드 클럽 출입 사실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앞서 SBS는 “관리소홀이었다”며 공식 사과의 뜻을 표했다.
이에 대해 서 PD는 “그 사건에 대해서는 관리소홀이라고 말씀을 드렸다. 방을 잡고 관리를 했지만 같이 잘 수는 없었다. 아이들 개개인이 악한 것이 아니라 정말 가족의 케어를 전혀 못 받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술, 담배가 기본 일상이었던 아이들도 있었다. 나도 충격적이었지만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입시에서 벗어난 아이들은 사회인처럼 살고 있었지만 아이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26일 방송된 ‘송포유’ 마지막회 이후 새벽 2시까지 아이들과 채팅방에서 대화를 나눴다는 서 PD는 성지고, 서울도시과학기술고 학생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비난과 무분별한 ‘신상털기’에 대해 우려를 전하며 눈물을 보였다.
그는 “방송 초반에는 예쁜 아이들의 페이스북부터 털리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부모의 관리를 못 받는 구조적인 문제에 처해 있었고, ‘유리멘탈’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개개인의 신상이 다 공개되고 융단폭격처럼 비난이 이어졌다. 연출진과 이승철, 엄정화 모두 놀랐다. 난 상관없지만 그 아이들이 상처받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