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부처이전 혼란만 일으킨 당정- 임유진 정치경제부 기자

입력 2013-09-1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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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새누리당이 12일 당정협의에서 해양수산부, 미래창조과학부를 정부세종청사로 이전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가 2시간여 만에 번복하는 혼선을 빚었다.

국회 안전행정위 소속 황영철 새누리당 간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해수부와 미래부의 이전에 대해 “변경고시 절차에 따라 공청회를 거치고 이를 바탕으로 대통령 승인, 관보 고시를 마치는 방향으로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 의원은 “미래부와 해수부는 새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정부조직 이전의 업무영역을 고려하면 세종시로 가는 게 원칙”이라면서 “여러 의견이 있기 때문에 공청회를 거친 후 올해 안에는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과천청사로 이전한 미래부가 또다시 이전하면 업무 공백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있다’는 데에는 “지금까진 결론이 안 나 과천에 임시 배치됐지만 이제는 정부가 (세종시 이전) 입장을 확실히 정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정책위는 2시간여 후 보도자료를 내고 “확정한 바가 전혀 없다”면서 “이 문제는 앞으로 공청회 등을 거쳐 충분히 의견을 수렴한 후 최종적으로 확정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뒤집었다. 현재 미래부는 과천청사에 입주해 있고, 해수부는 세종청사 등에 임시 이주해 있는 상태다.

당정협의를 통해 나온 사안을 당 정책위가 다시 번복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당 안팎에선 해수부의 유치를 기대하던 부산 주민과 미래부 이전에 따른 과천청사 공백을 걱정한 과천 주민, 해당 지역 정치인들의 강력한 반발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부산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해운대기장군을)은 정책위 입장 발표에 이어 기자회견을 열고 “해수부 청사의 세종시 이전 확정은 당사자인 부산 시민들과 아무 협의도 없이 결정된 정부의 일방적 입장”이라며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당정이 공감대를 형성한 내용을 당 정책위에서 전면 반박한 것은 내부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지양돼야 할 것이다. 특히 섣부른 정책을 불쑥 내놓은 데 대한 정책 혼선은 국민 혼란과 지역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

부처 이전 등 지역적 이해관계가 민감하게 얽힌 사안일수록 당내 및 관계 부처, 지역 등의 의견을 폭넓게 수용해 발표해야 한다. 정책의 기본기를 망각하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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