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해양특구 도입이 능사 아니다- 전민정 정치경제부 기자

입력 2013-09-1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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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내 첫 해양경제특별구역 도입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지난 10일 국회에서 관련 법안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며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 모습이다. 이날 공청회에선 해양플랜트와 조선, 관광, 금융서비스 등의 기능을 하나로 모아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해양경제특구에 대한 필요성엔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해양경제특구 도입은 박근혜 정부에서 5년 만에 부활한 해수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항만개발 핵심 정책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데다 무역항 수준에 머물고 있는 국내 항만을 해양경제 신성장동력으로 키워낼 수 있는 기회인 만큼 정책 실현을 위한 해수부의 사기는 충천해 있다.

정부는 해양경제특별구역법 입법안을 10월 국회에 제출, 연내 국회 통과를 거쳐 내년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경제자유구역이나 자유무역지대와의 기능 중첩으로 실효성은 떨어지고 정치적 이해나 부처의 권한만 커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이날 공청회에서도 우려는 어김없이 현실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경제자유구역 등과의 중복지정으로 인한 기업유치 과다 경쟁 문제를 지목했고 기획재정부도 해양산업 육성이라는 정책방향에는 공감했지만 그 수단인 특구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선 추가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해수부가 너무 의욕만 앞세우고 있다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기재부는 법안도 제정되지 않았는데 해수부가 경제특구 내 기업들의 세금 감면과 관련한 사항부터 협의하자고 나섰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특히 해양경제특구법안은 부산 등 항만도시를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들의 의원입법으로 추진되고 있어 자칫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선심성 법안으로 졸속 처리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단순히 경제특구만 지정했다고 우리나라 해양산업이 저절로 선진화되는 것은 아니다. 부처 간의 충분한 협의와 여론 수렴을 통한 타당성 검토 및 보안 대책 마련만이 입법 이후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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