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 부부 문소리와 호흡 최상…여성관객들 통쾌할 장면 많아
‘타워’ 510만, ‘감시자들’ 550만. 배우 설경구는 흥행보증수표다. 올해만 벌써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자타공인 티켓 파워를 과시했다. 그의 세 번째 영화 ‘스파이’는 개봉 첫날 13만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4일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승승장구중이다.
‘스파이’ 개봉일에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설경구는 “영화 반응이 좋다”는 관계자의 말에 담담하면서도 기쁜 내색을 보였다. ‘흥행의 달인’ 설경구가 올 추석, ‘평범한’ 철수로 관객 앞에 섰다.
“‘스파이’에서 하려고 하는 이야기는 부부 이야기입니다. 가장 일반적인 사람들의 이야기죠. 극중 영희(문소리)를 보면서 여성 관객들은 대리만족, 통쾌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니엘 헤니와의 로맨스도 있고요(웃음). 만약 일반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스파이의 이야기였다면 지금처럼 동질감은 못 느꼈겠죠.”
철수는 대한민국 최고의 스파이지만 아내 영희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테러리스트와 총을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도 아내의 전화가 빗발치고, 정체를 숨기기 위해 “회의중이다”, “나 출장가야돼”라고 말하는 철수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요즘 남자들이 그렇대요. 애도 봐야 하고, 주말에는 놀러 가야하고요. 밖에 나가도 예전에는 엄마가 많이 챙겼는데 이젠 아빠가 챙긴다고 합니다. 순한 남편들이 많아졌죠. 설거지는 기본이죠.”
영화 속 공처가인 설경구는 배우 송윤아의 남편이다. 배우가 아닌 남편으로서 설경구의 모습은 실제로 어떨까. 그는 부끄러워하면서도 아내자랑을 전했다.
“설거지는 진짜 가끔해요. 송윤아씨요? 진짜 잘해줘요. 체력관리를 위해 음식도 해주고 잘해줘요.”
설경구는 ‘스파이’에서 특유의 막싸움이 아닌 세련된 액션을 보여줬다. 간결하고 정확하게 적을 퇴치했고 헬기, 난간 등 고품격 액션신이 가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철중: 공공의 적’ 등에서 부각된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은 여전했다.
“전 액션배우가 아니에요. 막싸움 스타일이죠. 하다보면 힘이 들어가고 조절이 안 되요. 극중 난간에 매달려 싸우는 신이 있는데 순간 와이어가 있는지 잊어버릴 정도였어요. 실제 다니엘 헤니가 진짜로 힘을 쓰니까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어요.”
설경구, 문소리는 이번 작품으로 10년 만에 만났지만 오랜 부부처럼 최상의 호흡을 과시했다. ‘박하사탕’, ‘오아시스’ 등 설경구의 배우 인생 초기에는 문소리가 있었다.
“문소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영화를 보니 서로 좋아하면서 찍었구나.’ 그 말이 짠했어요. 좋아한다는 표현이 정확한 표현이에요. 배우들끼리 전혀 트러블 없이 잘 찍을 수 있었어요. 문소리는 옛 친구 같고, 예전이나 지금이나 항상 똑같아요. 둘이 술 한잔 하는 모습을 화면에 옮겨놓았다고 생각하시면 되요.”
‘공공의 적’, ‘실미도’, ‘역도산’, ‘그놈 목소리’, 해결사 등 설경구의 대표작은 참 많다. 흥행비결을 묻는 질문에 설경구는 “운이 좋았다. 인복이 있었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영화판에서만 15년. 설경구의 존재감도 그만큼 농익었다.
“영화만 15년째네요. 연극까지 하면 20년째 연기를 하고 있습니다. 무엇인가를 이렇게 오래해본 것은 처음이에요. 제가 93년도 9월달에 연극을 시작할 때도 어머니가 반대하지 않으신 이유가 금방 싫증내고 그만둘줄 알았기 때문이에요. 영화만 이렇게 꾸준히 할 수 있는 것도 복이에요. 감사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