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갯벌의 사랑- 홍성동 KB투자증권 채널시스템팀 차장

입력 2013-09-0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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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보라
아무도 오지 않을 쓸쓸한 곳
밤마다 찬 몸을 밀물로 이불 덮는
외로운 남자 같은 곳
달이 찬 날엔
구름도 보고 달도 보고 새도 보고 섬도 보는데
갈라지도록 목마른 채 다 벗어버린 몸으로
끝이 없을 길을 만들기도 하지

갯벌 보라
저 안에 칼을 던져도 상처 없이 아물고
저 안에 무거운 돌을 던져도 소리내지 않으며
저 안에 네 가진 상처와 두려움을 던져도 괜찮으리
아파하지도 않고 신음하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 곳
사랑하지 않을 것 같아 조용히 갔다가
사랑에 빠져버린 블랙홀 같은 그곳은 갯벌이지

갯벌 보라
아침이면 모두 잠든 사이
그대가 던졌던, 잊고 싶었던 그것들
따뜻한 밀물에게 부탁해
멀리 깊은 바다로 보내고
해 닳고 달 찰 때 갯고랑 사이로
그림자처럼 갯벌로 돌아오더라

갯벌 보라
어제 그대의 눈물들은 사라지고
비어 있던 그 곳은 흰 물떼새 여러 마리
갯벌에게 하얀 물음표처럼 서 있어
그 곳이 갯벌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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