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유섭의 좌충우돌] 대기업 내부거래 정말 줄었을까

입력 2013-08-30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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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 자료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지난해 대기업집단 소속 그룹 계열사들의 내부거래 비중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계열사 간 합병 등에 따른 사업구조 변경과 자발적 축소 노력, 정부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자료를 꼼꼼하게 챙겨보면 실상은 조금 다르게 보인다. 국내 민간 대기업집단 모든 계열사들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2년 12.30%를 보였다. 이는 2011년 13.24%와 비교해 1%포인트가량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연도별로 보면 2009년 12.07%, 2010년 12.04%다. 특히 내부거래금액은 별 차이가 없다. 2011년 186조3000억원, 2012년 185조3000억원 등이다. 2012년에 일부 대기업집단의 일시적인 내부거래 사유가 없어진 것을 고려하면 거의 모든 대기업집단 계열사 간 내부거래액은 별 차이가 없는 셈이다. 특히 내부거래 비중 감소는 대부분 대기업집단 계열사 간 합병에 따른 것이 주요 원인으로 봐야 한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계열사를 내부거래 비중이 낮은 계열사와 합병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전체 내부거래 비중이 줄어드는 착시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최근 3년간 대기업집단들의 계열사 간 합병 건수에서 잘 나타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대기업집단 계열사 간 합병 공시 건수는 50건이었다. 이는 이듬해인 2012년 112건으로 2배 급증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계열사들의 정리였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대기업집단들이 사업구조개편이라는 명목을 내세워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기 위한 꼼수를 부린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내부거래 자체를 줄이려고 노력한 것은 아니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현행 공정거래법을 적용했는지 의심되는 대기업 계열사 간 내부자금거래도 비일비재하다. 대기업 계열사들이 내부자금거래를 할 경우 가장 중요한 조건인 이자율을 놓고 법인세법과 공정거래법이 적용된다. 법인세법은 빌려주는 계열사의 조달금리보다 높으면 일단 부당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반면 공정거래법은 빌리는 계열사가 독립적으로 외부에서 차입할 수 있는 이자율을 정상금리로 보고 이보다 현저하게 낮을 경우 부당한 거래로 본다. 하지만 A그룹 실무자는 “계열사 간 내부 자금거래를 할 경우 법인세법 이외에 공정거래법이 적용되는지 몰랐다”고 밝혔다. 정부가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문제를 일감(상품) 거래에만 집중하다 보니 다른 형태의 내부거래에 대한 문제 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기업 내부거래 규제를 풀어주기에 앞서 문제성이 있는 내부거래 관행에 대한 오너들의 축소 의지와 행동을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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