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고랭지 채소 재배단지 안반데기 마을… “폭염에 자식같은 배추 엎을까 걱정”

입력 2013-08-2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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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마·무더위 피해… 추석 출하 앞두고 이번주 고비

“긴 장마와 무더위로 인한 고랭지배추 피해가 크지 않지만 이번주까지 무더위가 지속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걱정이다.”

최근 긴 장마와 폭염 등 이상기후로 고랭지배추 공급물량이 줄면서 배추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가운데 하늘 아래 첫 마을인 해발 1100m가 넘는 안반데기 마을을 찾았다. 국내 최대 고랭지 채소 재배단지인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에 있는 안반데기 마을은 현재 추석 전 출하될 고랭지배추가 온 산을 뒤덮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안반데기 마을은 1965년 화전민들이 산을 깎아 개간, 밭을 일궈 낸 눈물과 땀이 젖은 땅이다. 산 정상에는 농경지 개간에서 나온 돌을 쌓은 멍에전망대가 있는데 날이 좋을 때는 강릉시가지와 바다 를 볼 수 있다. 또 더 넓은 198만㎡ 규모의 고랭지 채소밭이 북쪽 끝자락인 고루포기산에서부터 남쪽 끝자락인 옥녀봉까지 펼쳐져 한 폭의 그림을 연상할 만큼 경치가 뛰어나다.

안반데기 마을로 이름이 붙여진 이유는 산이 떡메를 칠 때 쓰이는 오목하고 넓은 통나무 받침판인 안반과 닮아 고원의 평평한 땅을 의미하는 덕을 붙인 ‘안반덕’을 뜻하는 강원도 사투리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곳에서 17ha 규모의 고랭지 채소를 재배하는 농민 김시갑(60)씨는 “이번 장마에 일부 피해를 보았지만 큰 손해를 입지 않아 하늘에 감사한다”며 “현재 배추는 대부분 추석을 앞둔 물량들이어서 자칫 이번 무더위가 이번주까지 지속되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토로했다.

김시갑씨의 아들 김규현(38)씨는 현재 강릉농협에서 일하고 있지만 배추 출하 때는 일손을 돕는다고 한다. 김규현씨는 “일손을 구하기 어려워 외국인 노동자들을 주로 쓴다”며 “가락동시장 출하 물량은 보통 저녁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해남쪽 출하 물량은 저녁 8시부터 11시까지 작업하는 데다 대부분 수작업이어서 국내 노동자들이 일하기를 꺼린다”고 귀띔했다.

박병승 대관령원예농협조합장은 “옛날 임금도 못 먹던 여름배추가 고랭지배추 재배로 이제 누구나 먹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산을 깎아 재배하다 보니 농기계를 사용할 수 없어 수작업과 굴착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생산비가 많이 든다”며 “생산비를 고려하면 적정가격이 배추 한 포기당 3000~3500원 선인데 너무 비싸다는 소리를 들을 때는 억울하다”고 말했다.

안반데기 마을 농민들이 가장 힘든 점은 이상기후로 고랭지배추 피해를 당할 때 마땅히 보전받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농민들은 배추는 재해보험 대상이 아니라 농민 조합 스스로 쌓은 적립금과 정부에서 지원하는 최소수급안정자금이 전부인데 이마저도 지난 2011년부터 대폭 삭감돼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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