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 갖고 우직하게 ‘極卽反’…국내 가치투자 17년 ‘한우물’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17년 동안 가치투자 한 우물만을 판 대표적 ‘국내 가치투자의 대가’다. 고객과의 신뢰와 변함없는 가치투자 철학을 전파한 그는 가치투자의 개념을 펀드에 도입시켜 현재 신영자산운용의 운용 스타일을 만든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1982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하면서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다. 금융업으로 전환한 결정적 이유는 1980년대 후반 ‘정크본드의 아버지’로 알려진 마이클 밀켄의‘성공 신화’에 매료됐기 때문. 당시 외국 경영 잡지에서 연봉 10억 달러를 받는다는 마이클 밀켄에 대한 언론보도를 접한 후 국내에서도 신념 있는 투자철학을 지키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하게 된 것이다.
1987년 신영증권 인수부로 입사해 기업들의 기업공개(IPO) 등 투자은행(IB) 업무를 담당한 후 국제부에서 한국물 발행과 외국인 투자유치 업무를 맡았다. 이어 1992년 슈로더증권으로 이직, 마켓 스트레티지스트, 외국인, 국내기관 법인영업을 담당한 후 1996년 신영자산운용이 설립될 무렵 창립 멤버로 컴백한다.
그동안 외국인 대상 기관영업의 증권사 셀 사이드 업무를 담당하다 신영자산운용으로 컴백하면서 초대 주식운용총괄(CIO) 겸 법인영업 등 본격적 바이사이드 업무를 맡은 것이다. 이후 부사장을 역임한 그는 2010년 신영자산운용 대표로 정상에 섰다.
당시 가치투자로 큰일을 내자며 의기투합한 허남권 주식운용본부장, 나찬권 리스크관리본부장은 17년 동안 한결같이 옆에서 장기투자 철학을 전파할 수 있게 힘이 되어 준 든든한 우호군이다.
가치투자 애호가답게 이 대표의 취미는 한학(漢學). 그는 주말이면 한학, 서예 동호인들과 모여 ‘사서삼경’ 등 한학 공부로 삶의 힐링을 삼고 있다.
여백의 미를 중시하는 보수적인 선비 같은 그의 취미가 어찌 보면 한 우물을 판 가치투자와 매우 밀접하다는 생각이 든다.
삶의 좌우명 역시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극즉반’((極卽反: 정점에 도달하면 내려오고, 반대로 최저점으로 추락하면 올라갈 일만 남았다)이다.
이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오듯 신념을 지니고 우직하게 투자철학을 지켜 나가면 반드시 보상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