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을 찾아보면 해충에 대해서는 황충(蝗蟲) 또는 그냥 충(蟲)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곤충’이란 말은 일반적인 종류들을 묶어 부르는 이름으로 사용했다.
그런 곤충들이 최근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누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하고, 누구는 ‘곤충산업은 신성장동력’이라고도 한다. 또 다른 이는 “곤충산업이 미래를 연다”고까지 한다.
농부의 일손을 줄여주고 보다 친환경적으로 농사를 짓게 도와주는 화분매개 곤충과 천적 곤충의 효용성이 높아져 가고 있다. 또한 유아와 청소년을 중심으로 애완 학습의 측면에서 곤충이 널리 쓰이고 있다. 그리고 곤충 체내에서 나오는 새로운 유용물질을 최신 연구를 통해 발굴하는 등 국민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와 더불어 곤충은 종류가 어떤 생물군보다 많고 풍부하다는 점, 어떤 환경이든지 적응된 종류가 있다는 점, 그리고 작은 공간에서 동물복지를 고려하면서도 많은 수를 사육할 수 있다는 점으로 인해 생물자원으로서 곤충이 지금처럼 각광받던 시대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근대화되고 산업화를 거치면서 곤충에는 ‘해충’의 이미지로 혐오성이나 기괴함 등이 오히려 강조돼 왔다. 하물며 오래전부터 먹어오던 누에 번데기나 벼메뚜기 튀김 등을 요즘 사람들은 인상부터 쓰고 본다. 그들은 우리가 오래도록 먹어 온 여러 한약재나 전통음식과 역사의 궤를 같이하는 데도 말이다.
이에 비해 유엔 식량농업기구 보고서에서는 곤충이 미래의 육류 단백질을 대체할 수 있는 유망한 자원이라 했다. 이에 곤충 식용에 전통적으로 무관심했던 유럽 국가들이 변하고 있다. 특히 네덜란드에서는 연구비를 집중해 곤충 식용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이와 함께 곤충축제를 열어 다양한 곤충 요리나 캔디 등 곤충 먹거리를 제공하면서 스스럼없이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서양 사람들은 이분법적인 과학적 폐해에서 벗어나는 반면 우리는 아직 해충 또는 혐오성의 틀 속에 곤충을 화석처럼 묻어놓고 있다.
시급한 것은 곤충으로부터 개발돼 나온 상품을 어떻게 판매할 것인가가 아닌 사람들에게 곤충에 대한 친화성을 갖게 하고 친밀감을 높이는 일일 것이다. 사람과 곤충 사이에서 마음의 거리를 줄이고 친화적으로 다가설 수 있는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
친화성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곤충에 문화를 입히는 것이다. 우리 선조들의 삶 속에 녹아 있었던 곤충에 대한 문화를 발굴하고, 복원해 현대적 덧칠을 할 필요가 있다. 누에치기에 얽힌 노래와 전설로부터 반딧불이 놀이, 사마귀에 대한 고사성어, 개미 속담 등 우리 문화 속 곤충의 다양성은 매우 크다. 이제 그 같은 곤충의 문화적 요소를 자원곤충에 옷처럼 입혀 곤충들을 편안하게 바라보고, 심지어 귀여워 미칠 것 같은 존재로 변신할 수 있게 하자.
아울러 새로운 곤충 문화의 형성도 중요하다. 요즘 애니메이션 ‘라바’가 대세다. 라바는 곤충 애벌레의 영어명을 한글로 표기한 것이다. 애벌레는 징그럽다고 할 사람들이 라바에는 환호한다. 한 편의 애니메이션이 곤충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다. 이와 같이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귀뚜라미 등을 교육용 사육 키트로 이용하는 것들에 대해 더 세련된 문화적 색깔을 입힐 필요가 있다. 단순히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대상이 아니라 어린이의 창의성을 높여주는 측면과 정서를 안정화시켜주는 측면에서 문화적 장치가 더 필요하다.
노령화 사회 속에서도 곤충 문화는 필요하다. 지금의 50대 이상은 모두 어린 시절 곤충을 갖고 놀았던 경험이 있다. 그들이 최근 숲 체험을 즐기듯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할 만한 문화요소로서 곤충의 개발도 필요하다.
우리는 전반적으로 자원이 매우 부족한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곤충자원의 다양성은 같은 면적을 가진 나라에 비해 앞서고 있다. 치열한 자원 경쟁시대에 곤충이 비록 몸은 아주 작지만, 어느 생명자원보다도 강력한 유용자원이다. 이제 곤충이 문화적 자원이 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보자. 그리하여 곤충의 생명에 예쁜 문화의 옷을 입히고 화려하게 변신해 곤충산업이 훨훨 날 수 있는 시대를 앞당겨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