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금융 논란]금융지주사 ‘관치의 그늘’… 당국 입김으로 인선 좌지우지

입력 2013-06-1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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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여론 들은척 만척… 관치인사 대부분 경영성적 못 내고 물러나

관치금융 논란이 금융권을 넘어 정치권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최근 선임된 금융권 CEO 대부분이 전직 관료라는 점이다.

지난 17일 열린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에서 관치금융이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2008년 이후 금융 공공기관의 CEO 68%가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라며 “배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 금융권의 관치 인사의 뿌리는 깊다. 지난해 출범한 NH농협금융지주의 경우 초대회장인 신충식 현 NH농협은행장을 제외하고 신동규 전 회장, 임종룡 신임 회장 모두 관료 출신이다.

KB금융지주의 경우 이명박(MB) 정부의 핵심으로 불린 어윤대 회장에 이어 재정경제부 2차관 출신의 임영록 사장이 회장에 내정됐다.

특히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으로 수년째 매각 논란이 일고 있는 우리금융지주는 그간 관치금융의 굴레를 벗지 못했다. 지난 2001년 4월 국내 최초 금융지주회사로 출발한 우리금융지주는 당시 한빛은행(현 우리은행)과 평화은행, 광주은행, 경남은행, 하나로종합금융의 금융지주회사로 출범했다.

한빛은행은 금융 구조조정 와중에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해 탄생한 은행으로 당시 정부는 회생시켜야 할 부실금융기관들을 한 곳에 묶어 관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지주회사를 만들고,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따라서 예보가 최대 주주인 우리금융은 태생적으로 정부의 간섭을 벗어나지 못했다.

더욱이 초대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된 윤병철 회장과 이덕훈 은행장은 사사건건 서로 갈등을 빚어 정부는 2004년 3월 황영기 전 삼성증권 사장을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으로 임명했다. 지주회사 회장과 은행장 자리를 하나로 통합, 조직운영의 효율성을 기한 것이다. 황 회장은 파격적 행보와 신선한 마인드로 우리금융그룹에 활력을 불어넣었지만 그가 삼성그룹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장기적 목표을 제시하지 못했다.

정부는 황 회장의 임기가 끝나자 다시 회장과 행장 자리를 재분리해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박병원, 우리은행장에는 박해춘씨를 각각 임명했다. 이 과정 역시 전형적 관치인사였다. 재경부 ‘모피아’ 출신 회장 취임에 이어 내부 승진 여론을 외면한 카드사 출신 행장 선임의 배후에는 청와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2008년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이팔성 회장이 취임하면서 관치금융의 정점을 찍었다. 결국 관치금융의 입김이 강했던 박병원, 이팔성 회장은 우리금융의 숙원사업이던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매각에 수차례 실패하면서 우리금융에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KB금융의 경우에도 관치금융의 영향력은 뿌리 깊게 남아 있다. 우리금융 회장직 퇴임 이후 2008년 KB금융에서 새출발한 황영기 전 회장은 금융당국이 절차와 규정에 따라 투자 결정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당국이 뒤늦게 문제 삼으면서 이전에 몸담았던 우리금융 회장 재직 시절 파생상품 투자에 따른 손실 책임을 지고 KB금융 회장직을 떠났다.

이 역시 황 회장이 관치인사를 위한 희생양이 됐다는 견해가 무성했다. 이후 2009년 KB금융 회장 선임 과정에선 당시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회장에 내정된 강정원 KB국민은행장에게 사퇴 종용 전화를 걸었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 같은 당국의 부정적 기류에도 회장 도전 의지를 굽히지 않던 강 행장은 금융감독원의 특별 검사를 거치면서 회장 사퇴를 결심했다.

당시 금감원은 정기감사를 앞둔 사전감사 명분으로 10여일간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KB금융 사외이사와 임직원의 컴퓨터, 심지어 강 행장의 운전기사까지 조사했다. 은행 경영과 상관없는 강 행장의 사생활까지 조사했다는 후문이다.

이를 통해 금감원은 일부 사외이사가 지위를 이용해 수주계약을 주선하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점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는 앞서 금감원이 조사해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던 일로 같은 사안을 놓고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은 것으로 이 때문에 강 행장이 사퇴 결심을 굳혔다는 이야기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인사인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이 빈 자리를 메우면서 관치금융의 의혹을 증폭시켰다. 특히 KB금융의 이 같은 ‘관치 잔혹사’는 금융당국이 검사·제재권을 동원해 특정 인사를 밀거나 물러나게 할 수 있다는 뚜렷한 선례를 남겼다. 하지만 어 회장의 경우 숙원사업이던 ING생명 인수에 실패하면서 KB금융에서 큰 성과를 이뤄내지 못했다.

이 같은 배경에다 임영록 사장이 회장으로 내정되는 과정에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한 마디 도운 것이 노조의 출근저지 투쟁 장기화를 이끈 도화선이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출범해 3명의 회장 중 2명의 관치회장을 배출한 NH농협금융의 입장은 또 다른 양상이다. 신동규 전 회장은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 이후 수출입은행장 등을 거친 모피아 출신. 임종룡 신임 회장 또한 지난 3월까지 국무총리실 실장을 거친 관치인사다.

하지만 두 인사의 경우 신생 NH농협금융의 대정부 영향력의 필요성에 따른 자발적 선임 형태를 띠고 있다. NH농협금융 안팎에서도 이에 대한 필요성 탓에 관치금융 논란은 타 금융지주에 비해 한층 낮아진 모양새다.

하지만 출범 초기의 문제점을 감안하더라도 NH농협금융에 대한 신 회장의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수익은 줄었고 책임 여부를 떠나 재직 시 두 차례나 전산마비 사태를 겪었다.

반면 하나금융과 신한금융은 상대적으로 관치금융에서는 자유로운 입장이다. 하나금융의 경우 김승유 초대 회장이 MB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김정태 현 회장의 경우 100% 하나금융 출신이다.

신한금융도 라응찬 전 회장에 이어 한동우 회장 또한 내부출신인 ‘신한맨’으로 분류된다. 내부 출신이 회장을 맡으면서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라는 성과를, 신한금융은 다년간 금융권 수익 1위라는 성과를 각각 이뤄 내면서 ‘관치’금융지주와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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