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신인류 ‘로엘족’]외모도 경쟁시대… 유통업계 “로엘족 잡아라” 특명

입력 2013-06-1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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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도 소비 14.5% 신장률 기록

#김민구(35)씨는 갤러리아백화점에 들려서 IWC시계를 구매했다. 성과급 전부를 시계 구입에 투자했다. 고메이494에 들러 와인 한 잔에 브런치를 즐기고 캠핑용품을 사러 나섰다. 김씨는 친구들과 함께 주말 캠핑을 떠나기로 했다. 캠핑에 어울리는 복장을 갖추기 위해 남성 스포츠관에 들러 모자와 신발 등을 구매했다. 백화점을 나서기 전 남성 전용 화장품 랩시리즈 매장에 들러 자외선 차단제도 샀다.

▲주요 백화점에서 남성 고객을 위한 편집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매장에서는 위스키 시음과 함께 체형에 맞는 맞춤복을 제작할 수 있다. (사진=뉴시스)

로엘족이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을 바탕으로 신소비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2010년 8만명이었던 로엘족은 2012년 14만명으로 2년 사이 75%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경기 불황의 여파로 해외패션 상품군의 경우 1~5월 기준으로 5.2% 신장한 데 반해 로엘족은 14.5%의 높은 신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남성 시계 구매가 늘어나고 루이비통, 몽블랑 등 남성 피혁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정두영 신원 ‘반하트 디 알바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로엘족의 중심이 되는 남성들은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것을 즐긴다. 그들은 외모가 사회적 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현재 20대가 30대가 되고 30대가 40대가 되면서 로엘족은 더욱 두터워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자신의 품격을 중요시 여기는 남성들은 특히 명품시계를 선호한다. ‘IWC, 예거르쿨트르, 태그호이어 등 500만~4000만원대의 높은 가격임에도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가치 소비를 즐기는 이들에게 고가 명품시계는 자신을 알리는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로엘족에게 ‘그냥 대충 입지 뭐’는 통하지 않는다. 브랜드에 예민해졌기 때문이다. 루이비통, 샤넬, 몽블랑, 폴스미스 등 벨트, 명함지갑 하나까지 브랜드를 추구한다. 남성복 브랜드 관계자는 “최근에는 기성복보다 맞춤 디자인이 인기를 얻고 있다. 넥타이핀이나 양말 등 액세서리 종류도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화장품 역시 SK-Ⅱ맨, 랩시리즈 등 고가의 남성 전용 브랜드를 선호한다. LG생활건강에서는 로엘족을 잡기 위해 남성 전용 브랜드 ‘까쉐(KACHET)’를 출시했다. 김병열 LG생활건강 화장품 내추럴마케팅 상무는 “남성 화장품 시장은 20대부터 50대 이상까지 소비연령층이 확대되고 해마다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하고 있어 남성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까쉐를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오픈마켓에서도 남성 매출이 1위로 자리 잡았다. 11번가 현대백화점 전문관에서 거래 수량 기준 거래품목 1위로 ‘남성 의류’가 꼽혔다. 11번가 백화점 상품 카테고리 중 남성의류(정장·캐주얼) 비중은 22.3%다. 2위인 여성의류(20.9%)보다 높았다. 남성 고객들의 구매율이 높은 ‘스포츠·레저용품(15.5%)’도 3위에 올랐다. 백화점 전문관 이용 전체 고객 중 약 60%가 남성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백화점을 여유있게 돌아보며 이것저것 비교해보는 여성의 구매 패턴과 달리, 구입 품목과 브랜드를 정하면 쇼핑을 빠르게 끝내는 남성에게 ‘온라인 백화점 전문관’의 특징이 맞아 떨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주요 백화점에서는 대대적인 MD개편도 단행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하반기에 본점 남성 매장에 해외 패션 전문관을 구성했다. 올해 초 ‘아카이브’라는 남성 전용 편집숍도 오픈했다. 향후에도 남성들이 선호하는 수입 브랜드 매장을 추가로 입점시키고 편집매장을 강화하는 등 남성 고객을 겨냥해 매장을 리뉴얼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도 7층에 남성패션관과 8층 골프스포츠관을 리뉴얼 오픈했다. 7층 남성관은 영업면적을 증축 전보다 85% 이상 늘려 프라다·톰브라운·버버리 등 총 24개 브랜드로 구성했다. 남성버전 ‘무이’ 편집숍과 남성 프리미엄 잡화 편집숍 ‘로열마일’ 2호점도 선보인다.

국내 주요 패션뷰티업체들은 남성 소비자를 대상으로 직접 찾아가는 ‘스타일링 클래스’ 서비스를 늘리고 있다. 최신 패션 트렌드 정보를 공유하고 직업·상황별 옷차림 전략부터 어울리는 색상과 스타일을 찾아준다. 신원의 남성복 브랜드 ‘반하트 디 알바자’는 스타일링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스타일 제안과 원포인트 레슨 등 남성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롯데 백화점 본사, 신한금융 그룹, 동화약품, OCI 그룹 등에서 진행했다. 시선인터내셔널의 ‘켈번(KELBURN) 도 취업과 면접스타일링을 걱정하는 남성들을 위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클래스를 마련했다. 남성 전문 스킨케어 브랜드 ‘불독’은 그루밍 클래스를 진행했다. 피부과 전문의를 초빙해 여름철 남성 피부 관리법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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