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독일을 가다]“10번의 실패에도 두려움 없어… 아이디어만 있다면 무한도전”

입력 2013-06-1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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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브 모란 코미고 CEO

#지난 한해 동안 문을 닫은 국내 벤처기업 수는 120개, 전년(67개)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신규 등록된 벤처기업 6574개의 1.8%에 해당한다.

벤처·창업 활성화에 대한 정책적 밑그림이 그려지면서 동시에‘실패’에 대한 재해석도 이뤄지고 있다. 실패하면 낙오자로 치부됐던 과거의 부정적 인식에서 벗어나 ‘성공을 향한 수업’이란 긍정적인 의미로 재정의되고 있다.

이에 이투데이에서는 USB를 개발하며 벤처·창업 롤모델로 떠오른 도브 모란(Dov Moran) 코미고(Comigo)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성공과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5월 19일 오후, 이스라엘 텔아비브(Tel Aviv)에서 약 24km 떨어진 야르코나(Yarkona) 모샤브(Moshav)에 위치한 코미고를 방문했다.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있는 코미고는 대도시 빌딩 속 회사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평온한 분위기였다.

기자와의 인터뷰 전까지 외부 손님과 회의를 진행하고 있던 모란 CEO는 60세가 가까운 나이임에도 벤처·창업에 대한 열정을 내비쳤다. 이스라엘 벤처생태계가 구축되기 전부터 창업을 시작한 모란 CEO는 25년의 세월 동안 ‘흥과 망’을 모두 경험한 인물이다.

인터뷰 도중 ‘홍삼’을 건네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내비치기도 한 모란 CEO는 실패를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도브모란 CEO가 인터뷰 후 코미고 사무실 내 벽면 앞에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서지희 기자)

◇ “10번의 도전… 그리고 또 다시 창업을 꿈꾸다”

도브 모란 CEO는 지난 1989년 USB 개발로 주목받았던 ‘엠-시스템(M-system)’을 창업했다. 지금의 이스라엘 벤처·창업시스템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요즈마펀드(1994년 조성)가 생기기 전이다, 25년 벤처·창업 인생에 첫 발을 내딛은 순간이었다.

모란 CEO는 “지금은 14살의 학생도 어떻게 회사를 차리는지 알지만 그때만 해도 아무것도 없었고 어떻게 창업을 해야하는지 몰랐다”고 창업 당시를 회상했다.

해군 제대 후 수많은 기업들의 스카우트 제의를 뒤로하고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창업 전선에 뛰어든 것.

마침내 모란 CEO는 2006년 ‘산디스크(Sandisk)’에 회사를 미화 16억 달러의 천문학적인 가격에 매각했다. 성공적인 M&A는 USB 메모리 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획기적인 제품이었던 휴대용 USB 메모리는 모란 CEO의 단순한 경험에서 비롯됐다. 뉴욕의 한 콘퍼런스에서 열심히 준비했던 발표 자료를 노트북 고장으로 발표할 수 없게 된 경험을 한 후 휴대 가능한 메모리에 대한 상상을 현실화한 것이다.

승승장구하던 모란 CEO도 몇 번의 좌절을 겪었다.

엠-시스템 매각 이후 코미고를 포함해 창업만 총 10번이었다. 그가 얼마나 실패에 익숙해져 있는지 짐작을 할 수 있다.

특히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이끌었던 ‘모두(Modu)’의 경우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나스닥 상장을 시도했으나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모란 CEO는 “(모두 회사를) 나스닥에 상장하려다가 결국 실패했다. 그러나 실패는 경험이 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며 “실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실패를 한 경험에서 비롯된 성공이 많다. 실패는 성공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코미고를 현재 단계에서 머무르지 않고 ‘큰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싶다는 모란 CEO. 그는 앞으로 또 창업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예스(YES)”라고 답한다.

그는 “나에게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회사를 차릴 것이고,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을 만나면 투자할 것”이라고 자신있게 답했다.

◇ “멘티들에게 전하는 3가지… 용기, 자부심, 확신”

도브 모란 CEO는 벤처·창업 활성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멘토링’을 꼽았다.

먼저 성공한 선배 기업인이 벤처·창업 전선에 뛰어들거나 어려움을 겪는 후배 기업인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란 CEO 역시 과거 ‘모두’가 실패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조언을 구하고자 했지만 적절한 멘토를 얻지 못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그는 “당시 이스라엘 내 큰 기업의 책임자에게 한 달에 한 번, 두 달에 한 번 식으로 멘토링을 받았다. 여러 계획들에 대해 많은 논의를 했지만 ‘모두(Modu)’에 적용시키기가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 같은 경험 때문일까, 모란 CEO는 현재 멘토링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스라엘의 휴일에 해당하는 금요일에 멘토링 시간을 마련해 다른 기업인들을 만나 멘토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세 가지를 강조한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모란 CEO는 “첫 번째, 두려워하지 마라”고 조언한다. 아이디어를 적극 펼치고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 두려워하지 말라는 의미다. 두 번째 “창업은 어렵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변에서 쓸데없는 짓이라고 말하는 사람의 말도 청취할 필요가 있지만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끝으로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야 한다. 창업할 준비가 돼 있느냐에 대한 확답이 있으면 “무조건 진행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모란 CEO는 실패로 얻은 교훈을 묻자 “두렵움이 사라졌다”고 답했다.

그는 “처음 실패하기 전까지는 실패가 두려웠다. 그러나 한 번 실패를 하고 나면 경험이 되기 때문에 더 이상 두려움이 생기지 않는다”며 “실패를 하면 어떻게 돈이 낭비되는지, 어떻게 재기해야 하는지 과정을 알게 되기 때문에 이 같은 (실패) 교육이 창업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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