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기성용·추성훈·박인비 세계적 선수 육성 숨은 공로자… 국제 문화행사로 영역 확대도
‘김연아’와‘손연재.’
두 선수는 피겨스케이팅과 리듬체조의 불모지나 다름 없던 국내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며 세계적인 선수로 거듭났다. 선수들의 기량이 출중하고 그 이상의 노력이 보태져 이룩한 지금의 위치지만 이들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데는 숨은 공로자들이 있다.
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훈련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의 투자를 아끼지 않은 매니지먼트 업체 역시 여러 숨은 공로자들 중 하나다. IB스포츠(현 IB월드와이드)는 피겨스케이팅에 대한 관심이 전무했던 시절 김연아의 매니지먼트를 맡으며 스폰서 섭외, 해외 전지훈련, 외국인 코치 인선 등을 전담했고, 차후에는 국내 아이스 쇼 등을 기획하기도 했다. 김연아는 현재 소속사를 옮겼지만 IB는 현재 김연아를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손연재에 대한 매니지먼트를 수행하고 있다.
손연재뿐만 아니다. IB는 김요한(배구), 기성용(축구), 추성훈, 김동현(이종격투기) 등은 물론 유소연, 박인비, 배상문 등 프로골프 선수들의 매니지먼트 역시 담당했거나 현재까지도 그 역할을 맡고 있다. 선수 개인의 범위를 넘어 대한체육회, 빙상연맹, 스키점프 국가대표팀, 역도연맹, 체조협회, 컬링경기연맹 등 스포츠 단체들의 마케팅 역시 IB의 몫이다.
스포츠 에이전트는 한때 취업준비생들에게 최고의 인기 직종 중 하나였다. 영화 ‘제리 맥과이어’가 잘 보여주듯 스포츠 현장을 누비며 발로 뛰는 만큼의 결과를 얻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큰돈을 벌 수도 있는 매력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스포츠 에이전트로서의 길을 걷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스포츠 에이전트 혹은 스포츠 매니지먼트만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한계가 비교적 명확해 최근에는 이에 대한 환상이 많이 깨진 것도 사실이다.
IB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직시했다. 때문에 지난 3월 기존의 사명인 IB스포츠를 ‘IB월드와이드’로 바꾸며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기존 IB스포츠가 미디어와 마케팅 분야에 주력했다면 IB월드와이드는 기존의 사업에 문화행사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IB가 그동안 다뤄온 분야는 스포츠 선수 혹은 단체에 대한 매니지먼트와 마케팅, 그리고 미디어 쪽이다. 선수 매니지먼트는 외부적으로 잘 알려진 분야일 뿐 IB의 여러 사업 중 하나다. 이중 특히 주력한 분야가 방송중계권 판매를 기반으로 한 미디어 분야다. 메이저리그(MLB), 아시아축구연맹(AFC), 종합격투기(UFC), 프로농구연맹(KBL) 등은 물론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등의 중계권을 장기 계약, 이의 재판매를 통해 안정적인 수입을 창출한다. 그밖에 다양한 국내외 스포츠 중계권을 확보해 스포츠 전문 미디어 기업으로 성장했다. 2006년 10월에는 스포츠 마케팅 업체로는 국내 최초로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미디어 유통사인 (주)에브리쇼, IPTV 스포츠채널인 (주)아이비미디어넷 등을 설립해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IB는 기존의 미디어와 마케팅 및 매니지먼트 사업에 만족하지 않고 문화행사 분야로도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아시안게임과 같은 범국가적인 스포츠 이벤트 마케팅 계약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IB는 단일 종목에 대한 마케팅을 넘어 문화 콘텐츠를 아우르는 국제적인 큰 스포츠 이벤트 마케팅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대구에서 열린 전국체전 개폐막식을 총괄 운영했고, 역시 지난해 2002년 월드컵 대표팀을 초청해 K리그 올스타전을 기획하고 운영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공식 상품화권 사업자 역할도 맡고 있다. 물론 이처럼 문화행사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기존 미디어와 매니지먼트 사업 부문을 줄인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기존 스포츠 매니지먼트 및 미디어 관련 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새로운 사업 분야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했고, 문화행사는 그에 대한 첫 걸음인 셈이다.
[스포츠산업 메카를 찾아서 ①IB월드와이드] 심우택 대표이사 "유망주만 찾아선 발전 못해, 문화 이벤트 등 새사업 모색"
“기존의 스포츠 매니지먼트 사업과 미디어 관련 사업만으로는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IB월드와이드의 심우택 대표이사는 기존의 IB스포츠에서 IB월드와이드로의 사명 변경 배경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심 대표이사의 말대로 현재 스포츠 매니지먼트 시장은 포화상태다. 종목을 망라하고 조금이라도 이름이 알려진 선수들은 소속사가 정해져 있는 것이 보통이고, 언제까지 유망주들을 찾아 헤맬 수 없기 때문이다.
심 대표는 “포화상태인 스포츠 매니지먼트만으로는 이윤을 창출하기 어려운 만큼 사업 확장을 고심했고 범국가적인 스포츠 이벤트, 공식 스포츠 이벤트 상품화권자 등 기존 분야와는 조금 다른 영역으로의 진출을 모색했다”고 전하며 IB의 새로운 변화를 설명했다.
IB라는 사명에서 ‘인터불고’라는 대기업 이미지가 떠오른 때문일까. 언뜻 업무 분위기가 ‘대기업을 연상시키는 경직된 분위기가 아닐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업무량이 결코 적지 않다”라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긴 했지만 “업무 분위기는 자유분방하고 활력이 넘친다”는 답이 돌아왔다. 축구사업본부의 박강훈 전무 역시 “기본적으로 스포츠를 좋아하고 그쪽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만큼 직원간의 단결력이 좋고 의사소통도 활발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100명 남짓의 적지 않은 사원이 근무하는 기업이지만,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본사 사무실에서는 경직된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다. 기우였던 셈이다.
취업 준비생들에게 스포츠 매니지먼트 분야가 인기 직종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반가움과 함께 충고의 말도 잊지 않았다. “많은 보도를 통해 이쪽 방면의 일이 인기 직종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고 전한 심 대표는 “희망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은 고무적”이라며 반가움을 표했다. 하지만 “막연하게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이나 영화를 통해 본 것이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막상 이 분야의 길을 택했을 때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을 누비는 일은 업무의 극히 일부분일 뿐 새로운 사업에 대한 구상, 매니지먼트 및 미디어 시장의 변화에 대한 동향 파악과 대응책 마련 등 끊임없이 생각하며 자기 발전을 꾀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진심어린 충고를 남겼다.